내용요약 SK이노베이션, 중국 넘어 유럽·미국 생산 거점 확보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주요 성장축인 에너지 사업, 이 가운데서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글로벌 지도를 넓히기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SK, ‘대륙의 꿈’ 안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 대규모 투자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과 세라믹코팅분리막(CCS)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의 해외 진출 첫 사례다. 창저우 진탄구 경제개발구 14만5000여㎡(4만4000여평) 부지에 리튬이온전지분리막 생산설비 4기와 세라믹코팅분리막 생산설비 3기를 신설한다. 생산된 분리막 제품은 전기차 및 IT용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된다. 회사 측은 내년 초 착공해 오는 2020년 하반기쯤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지난 8월 중국의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전공 등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 금탄경제개발구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이를 위해 10억위안(약 1630억원)을 투자해 두 회사와 전기차배터리 합작법인 ‘베스크(BESK)’를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 자동차 회사와 외국계 배터리 회사가 합작해 중대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 측이 사실상 현지화 전략을 택한 이유는 중국 배터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6차례에 걸쳐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에 전기차 모델을 추가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탑재 차종은 제외했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 제조사와 판매상들은 각각 국가와 지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즉, 이 돈을 받지 못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국내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까닭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다.

물론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2020년까지 완전히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은 언제라도 변경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가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는 까닭은 최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반영됐다는 게 재계 해석이다. ‘차이나 인사이더’란 SK가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내부자’(insider) 역할을 하겠다는 사업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증평공장. /SK이노베이션

◇후발주자 SK,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확대

SK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미국에 배터리 셀 공장을 짓는 것은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로, 후보지는 약 4곳 정도로 압축됐다.

아직 투자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진출이 현실화하면 국내와 유럽, 중국에 이은 네 번째 생산 거점을 갖추게 된다. 앞서 회사 측은 올해 초 헝가리 유럽 공장 투자도 발표한 바 있다.

SK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경쟁사보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성장률을 끌어올려 글로벌 사업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비중국산)은 7위로 LG화학(2위)과 삼성SDI(4위)에 비해 낮다.  다만 같은 기간 성장률은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높은 124.7%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경우 당국의 정책으로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상황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않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기를 잘 넘기면 향후 예상되는 성장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공급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생산 거점을 미리 확보하고 수주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의 경우 이미 수주가 돼 있기 때문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와 반대인 ‘선증설, 후수주’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이미 글로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공장들이 많이 진출해있는데, 일부 업체들은 ‘생산공장이 현지에 있어야 물건을 쓴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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