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협상’은 ‘국제시장’(2014년) 조감독 출신이자 ‘히말라야’(2015년)를 각색한 이종석 감독의 상업영화 입봉작이다. ‘협상’은 기존 범죄물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신선한 시도와 구성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협상가와 인질범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서 쓰인 적 없는 이원촬영법과 스릴러와 드라마를 적절히 섞으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종석 감독은 “새로운 볼거리가 있는 걸 만들고 싶었다”며 ‘협상’을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 ‘협상’은 기존 범죄물과 차별화 된 방식의 영화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었다. 관객이 이미 수 없이 봤던 것들을 변주해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최근 개봉작 ‘서치’를 보면 감독의 뚝심이 잘 드러나지 않나. 그런 식으로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원촬영방식이라 연출하기 많이 힘들었을 텐데.

“사실 이 방식이 왜 안됐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다. 당연히 ‘이렇게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여겼다. 물론 처음 하는 방식인 만큼 제작진의 고민도 컸다. 연출부가 고생을 많이 했다. 모니터만 해도 3~6대 이상이라 선을 끼우는 것도 힘들었다.”

영화 '협상'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손예진, 현빈의 의견을 많이 수용했다고.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그게 용납되지 않는다. 배우는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써야 한다고 계약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서로 힘을 합치는 게 좋다.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나도 그 확신에 동의를 해야 한다. 내가 고친 시나리오를 보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점점 가까워진다. 특히 우리 배우들은 감독의 영역에 대해서는 보장을 해줬다. 나는 배우가 마음껏 놀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극 중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은 감정을 드러내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그렇게 연기해 달라고 주문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상황과 감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장면이 중요하다는 걸 배우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만약 연기를 한 뒤 문제가 있으면 다시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전혀 문제없었다. 다만 민태구(현빈)가 욕 하는 장면은 테이크를 18번 갔다. 평소에도 욕을 안 하니까 힘들어하더라. (웃음)”

-현빈은 손예진에게 욕하는 장면이 조심스러웠다고 하던데.

“사실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싶어 하는 배우가 누가 있겠는가. 현빈 역시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이 연기가 관객에게 잘 통한다면 ‘아, 이런 연기도 할 줄 아네?’겠지만 안 되면 애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입장에서 굉장히 힘든 선택이고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연기를 안 보면 후회할 것이다.”

-협상가와 인질범이 서로 이해하고 교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협상은 인질범과 얼마나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협상가라고 해서 무조건 냉철하고 차갑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함께 감정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손예진과 현빈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부패한 정치와 권력에 대한 비판도 담겼는데.

“사회적인 메시지로 봤을 땐 그런 사람들만 생각났다. 현실에서 많이 일어났던 일이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최후가 약간의 ‘사이다’가 되길 바랐던 것 같다. 정작 민태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구상해 놓은 차기작이 있나.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 관심이 많다. 아마 못 하는 장르도 있겠지만 일단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역사적 사실 중에서 한 번쯤 되뇌어봐야 할 인물들이나 사건들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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