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리따움·올리브영·시코르 대형 편집숍 강남대로 나란히
브랜드숍, 지난해 폐점 매장 356곳…신규 출점 266곳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사진=아모레퍼시픽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서울의 패션1번지이면서 중국 등 젊은 개인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 ‘뷰티의 거리’ 강남대로에 대형 뷰티 편집숍 3사간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강남 화장품 상권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대기업들이 공세에 나서면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숍(전문기업) 매출 등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8일 강남에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 라이브(Live) 강남’을 열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은 ‘살아있는 신선한 고객 체험 콘텐츠’라는 콘셉트로 타사 브랜드 제품은 물론 메이크업 클래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 편집숍이 발을 들인 강남대로(강남역 10번 출구~신논현역 6번 출구)는 에뛰드하우스, 미샤,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등 거의 모든 국내 로드샵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곳이다. 아리따움 편집숍 외에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강남 본점,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플래그십(시코르) 강남역점 등 대기업 계열 편집숍이 일찌감치 선점한 곳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강남에 자리를 잡은 편집숍은 지난해 9월 문을 연 국내 1위 H&B(Health&Beauty) 스토어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의 경우 강남 지역 주요 유동 인구인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1층을 모두 색조화장품으로 채웠다. 백화점에 입점한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올리브영 강남 본점/사진=올리브영

시코르 역시 기존 콘셉트인 ‘코덕(화장품 덕후)들의 놀이터’를 유지하며 강남역점을 색조 화장품 위주로 꾸몄다. 맥, 바비브라운, 슈에무라, 나스 등 백화점에 입점 브랜드를 채워 넣고 색조 제품을 부담 없이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단장했다.

소비자들도 꾸준히 발전을 꾀하는 편집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최모 씨(28세)는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선택권이 더 다양한 편집숍쪽이 아무래도 더 편리한 것 같다”며 “쇼핑시 점원이 따라다니며 물건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방식이 아니기에 구경만 하고 나올 수 있어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소모씨(30세)는 “최근에는 편집숍에 입점하는 브랜드들의 퀄리티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며 “시코르는 백화점에 입점된 고가 브랜드를 마음껏 테스트해볼 수 있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도 보이면 우선 들어가본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다양한 화장품을 만나고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편집숍이 늘어나면서 한 브랜드의 제품만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숍의 인기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 지역의 터줏대감 격인 브랜드숍들에게는 큰 위기가 닥친 셈이다.

실제 H&B 스토어의 공세가 시작된 2010년대 중반부터 문을 닫는 브랜드숍들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로 문을 연 신규 매장보다 폐점하는 브랜드숍이 더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브랜드숍을 운영 중인 상위 10개사의 총 폐점 매장은 356곳인 반면 신규 출점은 266곳에 그쳤다.

강남대로에 자리 잡은 브랜드숍은 브랜드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매장보다는 쉽게 문을 닫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형 편집숍 3곳이 나란히 들어서면서 매출 등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 매장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브랜드숍 관계자는 “대기업의 편집숍과 중소기업의 로드숍 경쟁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싸움”이라며 “최근 H&B 스토어가 많아지고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며 로드숍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편집숍 입점 외에는 뚜렷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편집숍의 장점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점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제품을 바를 수 있고, 메이크업 시연 등 크고 작은 이벤트도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을 유인할만한 여러 가지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장점 때문에 대형 3사 편집숍 강남 진입은 해당 상권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에서 진행된 '메이크업 런웨이' 행사/사진=아모레퍼시픽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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