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과 2심 모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지만, 신 회장의 무죄 판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법조인들은 전망한다.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에 가담한 오너 개인의 일탈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70억원의 출처는 그룹 내 계열사다. 즉,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기도 전에 ‘정경유착’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덧씌운 셈이다.

다행인 점은 신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것. 이로써 해외 진출이나 신규 사업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총수 부재로 멈춰있던 경영 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으로 느꼈을 임직원들의 실망감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산적한 현안들보다 더욱 우선되는 과제들이 있다. ‘롯데인(人)’들의 자존심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창출 투자’와 ‘갑질 근절’ 등 사회적 가치 제고와 연관된 사업들을 보여주기 식이 아닌 절실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방향성에 대해선 신 회장과 경영진들도 알고 있다.

예컨대 신 회장은 8개월 만에 연 주간회의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롯데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롯데그룹은 지난 2016년 10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7만명의 신규 채용 및 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내 10대 기업이 발표한 일자리 투자 계획에서 롯데의 이름은 없었다. 이와 관련한 후속 조치가 나오겠지만, 발표할 때는 구색 맞추기가 아닌 진정성이 느껴지는 세밀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국내 1위 유통기업이자 재계 5위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화로 ‘관례’라는 미명하에 자행됐던 ‘대기업 갑질’이 대부분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독버섯들은 존재할 것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롯데호텔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지인은 최근까지 한 장당 20만원에 육박하는 디너쇼 티켓 10여장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이를 거절하면 거래를 끊는 등 각종 보복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 ‘그게 위법은 아니지 않냐’라는 당당함보다 규제법이 필요 없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롯데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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