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팽동현 기자] 글은 인류의 역사를 열었고, 글씨체는 그 역사와 함께해왔다. 오늘날 IT기기에 있어서도 글꼴(폰트)은 흔히 ‘감성’이라 일컬어지는 UI/UX 영역에서 적잖은 지분을 차지한다.

9일 한글창제 572주년 한글날을 맞아 여러 IT업체들이 한글 글꼴을 새롭게 선보였다. 개성적인 글꼴의 무료 배포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자사의 특성을 알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한글의 ‘감성’을 다양하게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넷마블 '넷마블체'

넷마블은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제작한 폰트 ‘넷마블체’를 무료 배포한다. 이번 한글날을 맞아 처음 공개된 ‘넷마블체’는 넷마블 대표 캐릭터 'ㅋㅋ(크크)' 의 실루엣을 형상화 한 디자인 서체다. 국문 2350자, 영문 94자, 기호활자 986자까지 구현해 일상적인 표준 단어 표현이 가능하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무료 배포되는 ‘넷마블체’는 넷마블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함과 동시에 인쇄물이나 모니터에서도 높은 가독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넷마블과 넷마블문화재단은 내년 초 시판될 어깨동무문고 그림책 및 전시회에 ‘넷마블체’를 적용할 예정이며, 게임아카데미, 게임소통교육교재 제작 등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의민족 '한나는열한살체'(위)와 '한나체Air'(아래) 비교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새로운 글꼴 ‘한나체 에어(Air)’를 이번 한글날부터 무료 배포한다. 2012년 출시돼 인기를 얻은 ‘한나체’의 가족 서체이자 ‘배민’의 6번째 무료 서체다. 이 회사는 ‘한나체’를 시작으로 2014년 ‘주아체’, 2015년 ‘도현체’, 2016년 ‘연성체’, 2017년 ‘기랑해랑체’ 등을 내놓았고, 이들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이 넘는다.

‘배민’의 설명에 따르면, 굵고 힘찬 느낌으로 제목에 쓰기 좋았던 기존 한나체에 비해 한나체 에어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으로 본문에 어울린다. 글의 내용이 많아 글자 크기가 작아져도 읽기가 편하고, 개성 있으면서도 친근한 디자인이다. ‘한나체 에어’에 이어 이달 말에는 ‘한나체 프로’도 출시 예정이다.

여기어때 '잘난체'

숙박 앱 ‘여기어때’를 서비스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한글날을 맞아 첫 전용서체인 ‘잘난체’를 출시했다. ‘여기어때’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모티브로 제작됐으며, 한글 2350자, 라틴 94자, 약물 986로 구성했다. ‘여기어때’ 캐릭터인 ‘콩이’의 딩벳(아이콘) 10종도 함께 공개됐다.

‘잘난체’는 ‘여기어때’ BI의 특징인 둥근 시작과 각진 맺음을 담았다. ‘젊음’과 ‘위트’를 반영하기 위해 ‘ㅅ, ㅈ, ㅊ’과 같이 두 획이 교차하는 자음은 뛰는 사람의 형상을 표현했고, 그러면서도 네모꼴의 꽉 찬 모듈을 적용해 안정적인 느낌도 추구했다. 글자마다 독특한 디자인 특징을 가졌고 굵은 형태라 제목용 서체로 사용했을 때 가시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 '마루' 프로젝트

한편 네이버는 2008년부터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을 진행, ‘나눔고딕체’, ‘나눔명조체’, ‘나눔스퀘어체’, ‘나눔스퀘어라운드체’ 등의 서체를 개발해 무료 배포해왔다. 이번에는 그 일환으로 ‘한글꼴의 현대적 원형을 잇는 줄기’라는 의미를 담은 ‘마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마루 프로젝트’는 안상수 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와 함께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한글꼴의 의미를 되새기고, 명조체 중심의 새로운 글꼴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글꼴 용량은 줄이고 다양한 포맷을 지원, 이용자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팽동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