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성적표에 관심이 모인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반도체 사업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4분기부터 D램(DRAM)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경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7만1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는 5월 25일 9만7700원을 기록한 후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글로벌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내리막을 탔다. 

◆ 4분기 D램 가격 하락 영향 커질 것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8조1000억원) 대비 45.7% 늘어난 1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6% 늘어난 6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이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이번 실적보다 4분기 실적에 더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지는 데다 3분기 환율 효과도 기대할 수 없어 낸드(NAND) 가격의 하락 여파가 증가할 것”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 6조원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데다 서버향 D램의 수요 증가율까지 둔화될 전망이다. 먼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들이 설비 투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 D램 수급이 완화되면서 서버향 D램 구매 기업들의 주문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SK하이닉스 실적과 주가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25% 줄어들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은 낮아도 주가 상승 동력(모멘텀)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 반도체 외 대외 변수 우려 커져 

4분기 실적 악화 전망과 더불어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슈퍼마이크로(Supermicro)의 해킹용 마이크로칩 논란 등이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유진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단기 실적 악화, 컴퓨팅 관련 사안 등이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확대와 실물 금리 상승 추세가 기업 밸류에이션과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오는 2020년까지 현금성 자산을 축적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금성 자산은 도시바 지분의 추가 매입과 전략적 기술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인수합병(M&A)와 주주환원 등을 통한 인오가닉 성장(Inorganic growth)을 위해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그러면서 “시장이 SK하이닉스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현금성 자산이 급증하고 50% 이상의 D램 이익률이 유지되고 있다”며 “현재 주가에서 SK하이닉스를 매수하면 이익을 볼 수 있는 확률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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