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민이 하나 되는 에비앙챔피언십
일주일 동안 인구 8500여명, 면적 4.3㎢의 작은 도시에 4만여명 몰려들어
골프대회 통해 지역 관광산업 융성과 도시발전 이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프랑스 에비앙레뱅 도시는 면적 4.3㎢, 인구 8527명(2012년 기준)의 작은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규모의 도시를 찾자면 울릉군이 인구 9975명(2017년 기준)으로 인구수는 비슷하지만 면적이 73.33㎢으로 에비앙르뱅에 비해 17배 가량 크다. 이렇게 작은 도시인 에비앙레뱅을 며칠동안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행사가 있다. 바로 ‘에비앙챔피언십’ 골프대회다.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를 지켜보는 갤러리들./사진=에비앙챔피언십 공식홈페이지

에비앙레뱅 지역은 에비앙챔피언십이 열리는 기간동안 온통 축제 분위기다. 골프장은 물론 인근호텔과 음식점, 길거리까지 핑크색으로 가득하다. 핑크색은 에비앙 생수를 상징하는 색이다. 이런 축제 분위기는 선수들에게도 전달돼 핑크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한 선수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에비앙챔피언십은 에비앙 생수로 유명한 식음료 기업 다논그루(Groupe Danone SA)에서 개최하는 대회다. 기업이 홍보를 목적으로 골프대회를 열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기여와 노력이라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존재한다.

에비앙챔피언십, 지역 관광산업 견인차 

대회가 열리는 기간은 일주일도 안되지만 골프대회 하나가 에비앙레뱅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대회 전후 일주일동안 약 4만여명의 관광객이 에비앙레뱅에 몰려든다. 음식적은 손님으로 북적이고 호텔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다. 에비앙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 지방도 영향을 받는다. 에비앙레뱅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인구 7백여명의 작은마을의 호텔까지도 에비앙 특수를 누린다. 한해 관광객 10분의 1이 대회가 열리는 나흘 새 몰리는 셈이다. 에비앙 골프대회가 열린 후 대회 규모가 커지면서 해마다 15%정도씩 관광수익이 증가하기도 했다.

에비앙챔피언십을 통한 경제효과는 파격적이다. 대회 준비에 들어가는 돈만 750만 유로(100억원 가량)다. 골프대회 진행을 위해 고용되는 진행 요원은 1000명에 달한다. 비공식적인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회가 단순한 스포츠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에비앙챔피언십이 열리는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는 대회 시즌 외에도 많은 골퍼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진다.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은 알프스의 최대 호수인 레만호수 남쪽 기슭을 따라 수려한 자연 경관과 함께 위치해 있어 인기가 높으며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 코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뛰어난 경치와 함께 ‘에비앙 퍼즐’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의 15-18홀 코스를 체험해보기 위한 골프 관광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 클럽하우스./사진=에비앙 챔피언십 공식홈페이지

관광수입과 고용창출 등 눈에 보이는 경제 효과와 함께 도시나 지역사회의 이미지 개선이라는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효과도 크다. 에비앙 챔피언십을 통해 에비앙레뱅 도시 자체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것이다.

에비앙레뱅과 주변도시는 골프 대회에 맞춰 꾸준히 도시를 가꾸고 정비한다. 국제 스포츠 대회의 평판이 도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이 열리는 며칠의 시간이 알프스 산골 마을 지역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골프장과 대회가 지역관광산업 융성과 도시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주최측과 지역주민 하나된 '에비앙챔피언십'

에비앙챔피언십의 성공에는 많은 노력이 더해졌다. 주최 측은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회를 운영한다. 지역기업과 에비앙의 직원들이 대회를 준비, 운영, 관리하기 때문에 경비를 절감하면서 노하우 축적이 가능하다. 또 에비앙챔피언십 주최 측은 대회를 통한 수입을 그대로 대회 발전을 위해 다시 쏟아 붓는다. 이런 투자가 매년 대회를 발전시키고 상금이 증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 것이다.

주최측과 함께 지역주민들도 에비앙챔피언십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에비앙챔피언십은 매년 같은 장소에서 대회가 열린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마을 전체가 에비앙 챔피언십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 된다. 마을 광장 한가운데 에비앙 챔피언십을 볼 수 있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고 거리 곳곳에는 대회 관련 조형물들이 세워진다. 식당 출입구에는 에비앙챔피언십의 깃발들이 내걸리고 에비앙챔피언십을 소개하는 보로슈어가 식탁보로 활용되기도 한다. 마을주민 모두가 에비앙챔피언십을 후원하는 느낌이다.

자크 분게르트 에비앙챔피언십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다양하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조금씩 그 효과를 보고 있다”며 “지역을 찾는 관광객과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LPGA 마이크 완 회장은 "일반 대회로 시작된 이래 에비앙은 혁신을 거듭하며 다른 대회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골프 대회를 만들었다"며 "에비앙은 다른 대회들을 따라하기보다 자신만의 전통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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