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흥 반도체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늑장신고·축소·은폐 의혹

[한경제=변동진 기자] 국회 국정감사 기간 때마다 각종 이슈로 따끔한 지적을 받던 삼성전자 올해도 빠지지 않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4일 발생한 기흥 반도체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와 관련해 ‘늑장신고’, ‘축소·은폐’ 등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연합뉴스

◇김병욱 “삼성 방재시스템 잦은 오류에 출동 대원 늑장 대응”

10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분당을)은 경기도로부터 삼성전자 방재센터 일일업무 일지를 공개하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방재시스템 오류가 총 1805건, 하루 평균 7회 이상으로 잦다고 지적했다.

붉은 글씨로 ‘삼성 씨크릿’(SAMSUNG SECRET) 이라고 표기된 문건에는 △가스감지기 639건 △화재감지기 605건 △신고출동 320건 △구급출동 이송 220건 △미이송 21건 등 방재센터 출동 현황이 기록돼 있다.

그는 이달 초 사고 발생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삼성전자 소방대 안전장비 미착용’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번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현장 CCTV 영상에서 자체 소방대가 느긋하게 출동하는 장면이 있었다”며 “평소 잦은 방재시스템 오류로 인해 이번 사고도 오류로 인지해 신속히 대응하지 않은 건 아닌지 의심”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대대적인 개선으로 더 이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 환경부 삼성 봐주기 행정 접고 처벌해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삼성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미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에 의한 사망 사건’을 화학사고로 규정하지 않았다.

반면 ‘경주 삼동스틸 액화 이산화탄소 누출사고’(2015년 6월)와 ‘한양대 구리병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누출사고’(2015년 6월) 등은 화학사고로 처리했다.

무엇보다 한양대 구리병원 지하 소화설비 이산화탄소 누출(부상2명)과 삼성전자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사망2명, 부상1명)은 사고 내용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해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난 5일 이 의원실 환경정책 및 노동정책 담당자에게 ‘화학사고 결정’을 알리려다 돌연 취소하는 등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삼성 봐주기 행정”이라며 관련법에 맞는 처벌을 촉구했다. 더불어 ‘늑장 신고’ 의혹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고 발생 후 한 명이 사망하자 신고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사고 1시간 49분이 지난 시점이다.

현행법상 화학사고는 발생 즉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업무상 과실이나 중과실 등으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10년 이하의 금고, 2억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았을 수 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사고 당시 현장에서 나오는 소방차량. /연합뉴스

◇이용득 “삼성, 생명보다 기업 이미지 더 중시”

아울러 환노위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난상황 발생 시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 적용되는 매뉴얼인 ‘DS 재난대응계획’(규칙) 문건을 공개하면서 ‘사건 축소’ 의혹에 불을 지폈다.

삼성전자는 위기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초기대응단계(F급)’, ‘1단계(D, E급)’, ‘2단계(C급 이상)’로 나누어 대응한다. 노동자 사망사고는 C급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이 의원은 “삼성전자 문건에는 ‘C급 이상의 사고 중 대외 이슈가 없는 단일 사고는 1단계로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대외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도록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위기관리위원회나 비상대응본부가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 자사를 둘러싼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라며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미지를 더 중요시하는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분과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어떠한 은폐와 조작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노위 증인으로 채택된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기흥·화성·평택단지장)은 11일 국감장에 출석해 집중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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