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개 메이저 대회 고수하던 관행 깨고 다섯번째 메이저 대회로
코스 개선, 선수규모·출전자격 방식 변경 등으로 성공적인 자리매김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에비앙챔피언십’은 프랑스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매년 9월 개최되는 여자 메이저 골프대회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1994년에 ‘에비앙마스터스’라는 이름으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의 대회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미국 LPGA의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LPGA투어의 다섯번째 메이저 대회가 되며 개최 20년이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골프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다섯번째 메이저대회로 승격...기존 관행을 깬 ‘파격’

LPGA투어에는 이미 4대 메이저대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US여자오픈챔피언십, 위민스 PGA챔피언십, ANA인스퍼레이션, 위민스브리티시오픈 등이다. 1개 대회로 시작한 LPGA투어는 1955년부터 4개 메이저 대회 시대를 열었다. 한때 2개나 3개 대회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1983년부터는 4개 대회가 꾸준히 열렸다. 2001년 위민스브리티시오픈이 새로 메이저대회로 승격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뒤모리에클래식(현재 캐나다 오픈)이 폐지돼 4개 메이저대회 체제를 유지했다.

에비앙챔피언십 대회 전경./사진=에비앙챔피언십 공식홈페이지

골프에서 메이저대회는 4개가 ‘정석’이다. 워낙 오랫동안 ‘4대 메이저’체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미국 남자 골프는 여전히 4대 메이저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가 명성, 개최 코스, 상금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제5의 메이저’라는 별명처럼 비공식적인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로 인식될 뿐 공식적인 메이저대회는 변함없이 4개다.

에비앙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하며 LPGA투어가 5개 대회가 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여른도 비판적이었다. 전통을 훼손하고 메이저대회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는 비난도 일었다. 모든 메이저대회를 한 번씩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정의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박인비 선수가 2015년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지만 일부에서 에비앙 챔피언십이 빠졌기에 인정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돈 냄새나던 ‘풍요로운 대회’에서 ‘진정한 메이저 대회’로 

비난도 많고 다소 논란도 있었지만 에비앙챔피언십은 LPGA의 다섯번째 메이저대회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에비앙챔피언십의 메이저대회 승격배경에는 ‘돈’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메이저대회가 되기 한참 전인 2000년에 LPGA 투어와 공동 개최를 하고부터 대회 상금이 크게 늘어 US여자오픈 다음으로 상금 규모가 컸다. 마이크 완 LPGA 총재도 에비앙챔피언십이 메이저가 된 것은 돈의 힘이라는 사실을 부안하지 않는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샷을 날리는 선수의 모습./사진=에비앙챔피언십 공식홈페이지

하지만 에비앙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가 된 지 5년만에 어느새 메이저로서 위상을 굳혔다. 에비앙챔피언십 주최 측은 우선 출전 선수 규모와 출전 자격 부여 방식을 손봤다. 에비앙챔피언십은 처음에 78명을 초청해 컷오프(Cut off) 없이 대회를 치렀다. 출전 선수를 90명으로 늘려 컷오프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도 컷오프로 인한 탈락 선수는 고작 20명이었다. 출전 자격은 단순히 LPGA투어와 유럽투어 상금랭킹 순이었다.

메이저가 된 이후 에비앙챔피언십은 출전 선수를 120명으로 늘리고 2라운드 성적으로 절반을 컷오프 시킨다. 출전 선수 120명도 LPGA 투어 상금랭킹 상위 선수, 세계랭킹 40위 이내 선수, 최근 5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자, 전년도 대회 이후 투어 대회 우승자, 36홀 예선전 통과자 등으로 다양화했다. 가능하면 정상급 기량을 지닌 세계 각국 선수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방안이다.

유망주들의 등용문 역할도 한다. 에비앙챔피언십은 US여자 아마추어선수권대회와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 등 우수 아마추어 선수를 초청한다. 심지어 한국프로여자골프(KLPGA) 2부투어의 성적 우수 선수에게도 출전기회를 준다.

우승자가 낙하산을 탄 요원에게 자국 국기를 받아 몸에 두르고 세레모니를 하는 이벤트도 만들었다.

대회 코스도 메이저대회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대회가 열리는 에비앙 골프 클럽은 메이저대회가 되 기전 평범한 코스였지만 러프(페어웨이 양 옆에 있는 나있는 기다란 잔디)를 기르고 일부 홀 길이를 늘였다. 그린도 더 어렵게 만들고 파72에서 파71로 파 밸류(Par value)도 손봤다.

코스도 수준급이고 갤러리도 많은데다 TV 중계방송도 일반 대회보다 훨씬 정성을 들인 에비앙챔피언십은 이제 단순히 상금을 많이 주는 대회가 아니라 메이저 대회로서 위상을 갖춘 것이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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