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 본연의 역할에 대한 지적 이어져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로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1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여러 쟁점이 많아 상임위원회별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무위원회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효과와 은행 채용비리 등 ‘굵직한’ 사안 외에도 은행들 본연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중소기업대출 ‘편법 꺾기’는 여전해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 꺾기 의심거래 취급 현황. 사진=김병욱 의원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조건으로 예금이나 적금, 보험, 펀드 등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꺾기’ 관행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꺾기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하면서 30일 이내에 예·적금, 보험, 펀드 등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은행법상 금지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국내 16개 은행에서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금융거래는 4만7492건에 달했다. 이런 거래로 가입된 금융상품 금액은 총 2조3260억원이었다.

대출 전후 한 달 이내 금융상품 가입 행위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따라 거의 사라졌으나,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 실행 한 달이 지난 다음인 31∼60일 사이 금융상품에 가입한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사례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거래는 총 69만2787건 이뤄졌다. 금액으로는 33조3319억원 규모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통틀어 기업은행이 29만9510건, 12조8346억원으로 가장 많은 편법 의심거래를 취급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이 뒤를 이었다.

김병욱 의원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을의 위치여서 은행이 편법 꺾기를 종용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열흘에 한 번 나는 ‘금융사고’

사기, 업무상 배임, 횡령·유용 등 금융사고는 열흘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 은행은 모든 국민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금융기관으로 신뢰가 가장 중요한 곳인데 이러한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이 고객의 돈을 횡령하거나 업무상 배임하는 것은 금융산업을 넘어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서 김 의원실에 제출한 6대 시중은행과 2대 국책은행의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154건으로 사고금액은 4684억6500만원에 달한다. 지난 5년 동안 건당 3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10일에 한번 꼴로 발생한 셈이다.

2014년부터 은행별 금융사고 발생건수는 우리은행이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이 44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20건, 14건이다. 피해액이 가장 큰 곳은 KEB하나은행으로 사고금액이 165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사고금액의 35.3%를 차지한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1298억원, 1255억원의 사고금액이 발생했다.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기가 4212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컸고, 업무상 배임이 369억원, 횡령·유용이 100억원을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 ‘서민금융상품’ 연체율은 급증

최근 3년간 새희망홀씨 연체 현황. 사진=이태규 의원실

서민금융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올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금감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에서 연체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소득이 낮거나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계층을 위해 별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대출해 주는 은행의 서민 맞춤형 상품이다. 지난 2016년 950억원이던 연체잔액은 올해 6월 기준 1382억원으로 45.5% 증가했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2.3%에서 올해 6월 2.5%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이 의원은 “새희망홀씨 대출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자체 재원으로 조달하는 대출상품이기 때문에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은행의 자산건전성이나 공공성 기여 측면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햇살론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을 통해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생계비나 사업운영자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햇살론의 연체율(대위변제율)은 7월 말 현재 8.10%다.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4.5%)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높다. 특히 신용이 낮은 차주의 연체율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개인 신용등급이 9등급인 차주의 연체율은 2016년 말 6.22%에서 올 7월 말에 20.54%로 치솟았고, 8등급 연체율도 같은 기간 6.01%에서 19.85%로 껑충 뛰었다.

이 의원은 “경제 회생 대책과 함께 가계 부담의 고통을 덜어주는 서민금융 지원방안의 새로운 고민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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