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암수살인’을 통해 진짜 형사로 분했다. 수많은 범죄물 속 범인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화려한 액션을 자랑하는 ‘가짜 형사’가 아니다. 냉철하지만 동시에 따뜻한, 이 사회를 지키는 ‘파수꾼’같은 형사의 얼굴을 표현했다. 김윤석은 “내가 이런 역할을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며 작품 속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존에 연기한 형사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김형민 형사를 연기했는데.

“그렇다. ‘극비수사’ ‘거북이 달린다’ 속 형사와는 다르다. ‘추격자’는 전직 형사였고. (웃음) 이전에 맡은 형사 역할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중년 가장의 이야기에 가깝다. ‘암수살인’의 김형민은 그야말로 전면에 형사 캐릭터를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영화 속 형사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액션을 하지 않나. 하지만 ‘암수살인’의 김형민은 그런 면을 찾을 수 없다. 마치 ‘형사 콜롬보’에서 콜롬보와 비슷하다. 멋지지 않고 키도 작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오로지 끈기와 의지로 범인을 잡는다. 김형민 역시 느리더라도 그물망을 하나 둘 씩 채워나가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런 형사물을 만나기 쉽지 않다.”

-액션, 추격신 등이 배제된 만큼 관객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게 없어도 치열한 에너지를 만들면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주지훈(강태오 역), 감독님과 신경 썼던 부분이다. 그래서 김형민과 강태오의 접견실 장면을 테니스 경기라고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어디로 공이 날아갈지 모르지 않나.”

-출연을 결정 지은 이유 중 하나가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이 제작했기 때문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내게는 정확한 원칙이 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안 한다. 그건 변함이 없다. 시나리오 자체에 매력을 느꼈고 김태균 감독을 만나보니 마음이 잘 맞았다. 특히 김형민 형사 역할을 내게 맡긴다는 게 참 고마웠다.”

-김형민은 강태오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나는 굉장히 격렬했다. 재미있게 연기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태오를 상대해야 하지 않나. 감정이 끓어오르는 걸 누르면서 이성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격렬한 액션보다 재미있었다. 혈액순환이 되는 느낌이었다. 주지훈과 함께 치열하게 연기했다.”

-연기지만 실제로 주지훈이 얄미웠을 때는 없었나.

“얄밉다기보다 캐릭터에 연민을 느낄 때가 있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강태오에게 누구 한 사람이라도 도움을 줬다면 이렇게까지 ‘괴물’이 됐을까하는 미묘한 감정이다. 영화에서 강태오의 눈빛이 흔들리는 장면이 있다. 마음이 아팠다. 결국은 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 감독이 ‘파수꾼’같은 형사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형사만 파수꾼이겠나. 우리도 파수꾼이다.”

-이번 영화로 첫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어땠나.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가진 배우다. 서울토박이가 한 번도 안 쓴 사투리를 썼다. 집중력이 없으면 하지 못했을 연기다. 크랭크인 전부터 곽경택 감독님을 만나 하루 3시간씩 연습하더라.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그만큼 심적으로도 부담을 많이 느끼고 힘들었다는 거다. 집중력도 집중력이지만 대사를 들을 줄 아는 감각이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누구나 탐 낼 악역 캐릭터지만 그만큼 또 ‘비호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역할이다. 용기있게 온 몸 던져 연기한 모습을 칭찬하고 싶다.”

-김형민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한다. 김형민의 외로운 감정을 이해했나.

“배우로서 외로울 때가 많다. 모든 연기자들은 다 외로울 수밖에 없다. 연기라는 것은 곧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다만 자연인으로서는 외로울 새가 없다. 집에 가면 할 일이 너무 많다. 아이들 눈치도 봐야 할 나이다. (웃음)”

-악역과 선역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중요한 건 이 배역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냐는 것이다. 단순히 파괴적인 살인마는 재미없다. 예를 들어 ‘화이’의 석태는 괴물이다. 장준환 감독이 이 인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건드리는 것 아닌가.”

-‘검은 사제들’ 흥행 후 ‘사바하’ ‘클로젯’ 등 오컬트 영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다양한 영화가 나와야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다양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행의 쏠림현상이라기보다는 그만큼 작가나 인생과 세계관의 개성이 강하다는 거니까.”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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