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미쓰백’(11일 개봉)은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다. 사회 문제로 떠오른 아동학대를 스크린에 옮겨온 만큼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가 말하듯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쓰백’은 사회의 무관심을 향한 투박한 일침과 동시에 세상에 내몰린 두 여자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희망을 전한다.

‘미쓰백’은 백상아(한지민)가 집에서 학대당하는 김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백상아는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카센터부터 마사지샵 직원까지, 밤낮없이 일만 하며 살아간다. 10대 시절부터 보고 자란 형사 장섭(이희준)의 구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서투른 백상아에게 사랑이란 곧 사치다.

영화 '미쓰백' 리뷰./

그러던 중 백상아는 우연히 지은을 만나게 된다.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지은을 본 백상아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지은은 아버지 일곤(백수장)과 그의 여자친구 미경(권소현)에게 무방비 상태로 학대를 당한다. 방도 없이 화장실에서 매질만 당하는 지은은 구원의 손길이 누구보다 필요하다. 상아는 지은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일곤, 미경과 싸워가며 지은을 구하려 한다.

아동학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리얼리티를 부각한 연출이 돋보인다. 이 문제를 직시하려는 이지원 감독의 투박한 진심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거침없는 욕설이나 육탄전이 쉴 틈 없이 화면을 채운다.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보니 사뭇 불쾌감을 자아내는 장면도 꽤 있다. 다만 아동학대 묘사 과정에서 폭력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이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영화는 아이를 학대하는 가해자 어른 뿐 아니라 사회적 무관심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은의 학대에 관심 없는 경찰들과 아동보호센터의 수용인원이 꽉 찼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하는 센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동학대는 뿌리 뽑아 근절해야 할 문제이자, 이는 곧 어른들의 실천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센 캐릭터’로 변신한 한지민은 거친 욕설과 파격적인 연기로 기존의 캐릭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김시아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에 달한 감정 연기를 펼치며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분한 백수장과 권소현은 광기 어린 열연을 통해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장섭의 누나로 분한 김선영은 묵직한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분해 재미를 준다. 러닝타임 98분. 11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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