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지엠, 신설 법인 설립 관련해 노사 대립 재점화…노조 파업 준비도 완료
신설법인 정리 해고 가능성 제기…사측 "오히려 한국지엠 역할 확대 위한 노력" 해명
노조 약화 막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노조 "구조조정 위기에 빠진 사무직 구출작전"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한국지엠 노사 갈등이 재점화했다. 신규 법인 신설을 둘러싼 의견차가 심각하다. 구조조정 시도라는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는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연구개발(R&D) 법인 신설을 의결했다. 올해 말까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를 분리해 새로운 회사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15~16일에는 조합원 찬반투표 후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산업은행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법인 신설을 최종 결정할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고, 10일 국정감사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출석해 거부권 행사 의지까지 드러냈다.

한국지엠 신설법인 관련한 반대가 노조와 지역 사회 등에서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측 "정리해고 수순 아닌가"

노조가 신설법인에 반대하고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사측이 회사를 분할해 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생산 공장 철수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의 협약이 있는 만큼, 노사 모두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연구 부문 인력 약 3000명을 신설법인으로 이동시킨 후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설 법인이 수행할 프로젝트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근거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개발을 주도하는 차종은 3개 정도. 노조는 2020년께에는 3세대 전기차 개발 사업만이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측이 구체적인 프로젝트 추가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른 재무 구조 부실도 우려했다. 당장 법인을 신설하면서 재무와 노무 등 기본적인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해야하지만, 돈을 벌 수 없으면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단체협약 승계 문제도 거론했다. 현행법상 신설 법인의 경우 단협 승계 의무가 없다. 사측이 단협 승계를 약속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아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노조는 당초 한국지엠이 정상화를 위해 2000~3000명을 추가로 감축해야한다고 밝혀왔던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신설법인 규모가 이에 들어맞고, 산업은행과의 협약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심이다.

노조 관계자는 “신설 법인이 별다른 경쟁력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사측이 구조조정을 위해 법인을 설립한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GM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지엠과 호주, 인도에만 연구시설을 갖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성과를 낼만한 연구 부문은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서 “신설 법인은 글로벌GM에 연구개발 역량을 증명하고 추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며 “한국지엠이 소형차 기지라는 한계를 벗어나 컴팩트 SUV 등 수익성 높은 차종 기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조 반대는 세력 약화 우려 때문"

일각에서는 노조가 노조원 이탈에 따른 세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당장 노조비가 문제다. 한국지엠 노조원은 1만3000여명. 이중 신설법인으로는 약 3000명 정도가 이동할 예정이다. 1인당 노조비는 월 2~3만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연간 10억원 수준이다.

군산공장 무급 휴직자에 대한 생계 유지비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오는 11월 30일 정부 지원금이 끊긴 후부터, 노조원들에서 갹출해 무급 휴직자 생계유지비를 지원해야한다. 3000여명이 이탈하면 부담금도 그만큼 늘게 된다.

실제로 노조는 사측에 요청한 특별단체교섭에서 생계유지비 지원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를 부인했다. 사무직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은 만큼 재정적 부담이 많지 않고, 노조 활동을 주도해왔던 것도 생산직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무직 노동자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재정 부담이나 행동력 약화를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함께했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음에도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노조가 신설법인에 따른 파급효과를 과도하게 우려한다는 부분에서, 최근 사무직과 생산직, 그리고 고연차와 저연차 등에서 일어난 내부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는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초 노조 집행부는 사측과 협상에서 임금 동결과 복지를 삭감하면서도,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일부 조합원에만 유리한 조항을 지켜내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며 "신규법인에 대한 반대 근거가 공장 철수 작업에서 연구법인 구조조정으로 바뀌는 등 의혹에만 치중해 과도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신규 법인 이슈를 통해 사무직 노동자에 손을 뻗으면서 노조 내부 결속을 꾀하는 속내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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