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원, 함영주 하나은행장이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영장 모두 기각
검찰의 영장 청구, 여론 의식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결국 기각됐다. 현직 회장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했으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게 됐다.

1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동부지법은 전날 채용비리 관여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동부지법은 “피의사실에 대한 상당한 소명 있고 피의자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다투고 있다”면서도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의 직책,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피의자와 이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며 “피의사실 인정 여부 및 피의사실 책임 정도에 관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 신한은행장을 지내는 동안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특혜채용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았다. 조 회장이 은행장을 역임한 기간은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 전 신한은행 인사부장이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2015년 하반기∼2016년 하반기와 겹친다.

검찰은 당시 신한은행이 남녀 합격자 비율을 3대 1로 정해두고 이를 맞추기 위해 면접점수를 임의적으로 조작하고 특정 임직원 자녀를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는 ‘특이자 명단’으로, 부서장 이상의 임직원 자녀들이 지원한 경우 ‘부서장 명단’으로 관리했다.

◆ ‘주요 금융지주 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 전례 無

당초 조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부터 금융권에서는 이를 엄중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검찰이 선례와는 달리 조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혐의를 입증할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지난 3일 조 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뒤 5일 만인 지난 8일 조 회장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결국 불기소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걸려있는 상황이었던 윤 회장의 경우 증손녀 특혜채용 의혹을 받아 그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은행의 인사팀장, 상무, 부행장 등만 구속기소됐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나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마저 법원에서 기각됐다.

◆ 검찰의 영장 ‘남발’, 추락한 금융사 신뢰도는 나 몰라라

함 행장에 이어 또 다시 영장이 기각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영장청구를 남발해 영장기각이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영장청구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국민적 공분을 산 은행권 채용비리의 경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대표적인 사건이어서 ‘여론 따라 영장을 청구한다’는 비판이 더욱 거셌다. 구속이 되지 않은 것이 수사의 끝이 아니고, CEO에 대한 영장 청구로 휘청한 그룹의 이미지에 대한 책임 여부다.

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김계리 변호사는 "영장은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관련한 서류들은 다 압수 등을 통해 물적증거는 확보됐고, 인적 증거 또한 대부분의 진술이 확보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이나 여론은 이러한 상황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적용된 죄명인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자체가 통상적으로 구속하여 수사를 할 정도로 중한 죄가 아니다"면서 "오히려 이를 구속수사한다면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여론이 주목하는 사건이라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 당하는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수장 공백을 피하게 된 신한금융은 이미지 쇄신에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조 회장에게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고, 조 회장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직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도 CEO리스크 등으로 이전만큼 활발한 경영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한 함 행장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등 국내외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확장하거나 활발한 경영을 하기에는 어려운 처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사태가 워낙 오래 이어져왔고 국민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슈다보니 ‘여론에 따라 영장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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