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03년 구입한 고 이성자 화백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 위작 판정
김재원 의원 "미술관 소장품 8164점 가운데 90% 이상 진품보증서 없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003년 사들여 소장해 온 고 이성자 화백의 그림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최근 ‘위작’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이 위작 판정을 받은 것은 1969년 창설 이래 처음이다.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은 미술관 자체조사와 전문가회의 끝에 지난 2월 최종 위작 판정을 받았다. 김 의원은 “미술관의 허술한 소장품 관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003년 사들여 소장해온 고 이성자 화백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지난 2월 최종 위작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03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해당 작품을 약 3770만원에 구입해 소장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이성자 회고전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위작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2월 위작으로 최종 판정받았다.

해당 작품에는 이 화백이 평소 서명으로 사용한 ‘SEUND JA RHEE’에서 ‘D’가 빠진 ‘SEUN JA RHEE’만 적혀 있었다. 통상 작품 뒷면에 적혀있는 이 화백의 친필 서명 역시 이 작품에는 빠졌다.

김 의원은 “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한 후 2012년부터 작가 유족들이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며 “2014년엔 유족들이 진품을 구입한 것도 미술관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매사로부터 소장 이력과 작가가 쓴 진품 확인서를 받는 선에서 일단락하고 자체 진위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8164점 가운데 92.3%인 7536점은 진품보증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따. 작가들로부터 저작물 이용허락을 받지 못한 작품도 1341점에 이른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위작이 유통된 경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