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결제로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경우, 하차 시 택시기사가 기사용 앱을 통해 운임을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승객이 현장에서 별도로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한스경제=팽동현 기자] “손님, 결제 안 됐다니까요?”

최근 ‘카카오 T 택시’ 앱의 ‘자동결제’ 서비스로 부른 택시에서 내리려 할 때 기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시간상 따져볼 겨를이 없어 다시 신용카드를 내밀었고, 그렇게 택시 운임 ‘이중결제’의 피해자 중 하나가 됐다.

11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택시’ 앱에 ‘자동결제’ 서비스가 도입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승객들뿐 아니라 기사들 중에서도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중결제’ 관련 문의가 카카오모빌리티 고객센터에 밀려, 현재 이를 환불받으려면 일주일가량 소요되는 실정이다.

‘카카오 T 택시’ 앱의 ‘택시 운임 자동결제’ 서비스는 이달 4일부터 시작됐다. 택시를 호출해 목적지까지 이동한 후 앱에 미리 등록한 카드로 운임을 자동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승객 입장에서는 운임을 결제할 현금이나 카드를 안 가져왔거나 잔고가 부족한 경우 등의 곤란한 상황을 겪지 않게 된다. 기사 입장에서는 취객이나 진상손님을 상대로 운임을 받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 “돈을 낸 건지 안 낸 건지”…헷갈리는 결제과정

‘택시 운임 자동결제’ 서비스의 취지는 좋았지만 현재까지 진행상황은 매끄럽지만은 않다. 앱 내에 설정된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게 이미 정해진 상태임에도 기사나 승객, 또는 양쪽 다 이를 몰라서 요금을 또 결제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 서비스에 대해 승객만 알고 기사가 모르는 경우라면 운임 결제 여부를 두고 언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사는 알고 있어도 승객이 몰라서 카드로 또 결제한 경우에도 번거로워진다. 기사용 앱은 ‘자동결제’로 운행된 경우 기사가 직접 운임을 입력해야 운행이 종료되는데 요금 입력 시 0원으로 처리할 수 없게 돼있다. 결국 ‘이중결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서비스 관련해 갈등을 겪어본 일부 기사들은 ‘자동결제’ 호출이라면 아예 예약을 취소하기도 한다.

일부 카드사에서 발송하는 선승인 알림 문자도 혼란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카카오 T 택시’의 ‘택시 운임 자동결제’ 서비스는 승객의 결제 가능 여부 확인을 위해 배차 시 예상 요금이 결제되고, 기사가 실제 요금을 앱을 통해 입력하는 하차 과정에서는 예상 요금에 대한 결제는 취소되는 구조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두 번 모두 문자로 알려주므로 승객 입장에서는 ‘이중결제’된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다.

‘카카오 T 택시’가 현재 현장 직접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앱 이용자 입장에서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 위치에 옵션으로 배치돼 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지정하고 ‘택시 선택하기’로 넘어가면, ‘택시 호출하기’를 실행하기 전에 화면 하단에 위치한 ‘결제’란을 눌러 ‘기사님께 직접결제’로 변경할 수 있다. ‘스마트호출’ 이용 등을 위해 이미 결제수단을 등록한 사용자의 경우 기본 설정값은 ‘자동결제’다.

서울 택시기사 김모씨(62세)는 “우리 회사만 해도 기사들 평균 연령이 63세다. IT기기나 서비스를 알고 쓰는 데 애로사항을 많이들 겪고 있다. 이번 ‘자동결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그는 “앱의 친절함이 2% 부족한 것만 빼면 정착됐을 때는 기사나 승객이나 좀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 카카오모빌리티 “사용자들이 익숙해지면 안정화될 것”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홍보와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동결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B2B 서비스인 업무택시 분야에 먼저 도입된 바 있으며 현재 1000여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이미 익숙해진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일반택시 ‘자동결제’ 서비스도 빠른 시일 내 안정화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앱 사용자 대상으로 각 서비스 이용 단계마다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알림을 제공하고, ‘자동결제’를 처음 이용하는 택시기사 대상으로는 고객센터의 일대일 전화로 안내하는 등 당분간 서비스 안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 T 택시’의 ‘택시 운임 자동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약 0.1~0.2%만이 ‘이중결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UI/UX 관련 변경은 아직 계획에 없다. ‘자동결제’를 잘 알리면서 서비스를 안정화시킨 후 기사와 승객 사용자 모두의 피드백을 반영해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팽동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