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인가구 증가 ㆍ살아있는 여성 구매력 ㆍ주52시간제 '호재'
주말 잠실 롯데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들./ 롯데백화점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지난주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가는데 만해도 1시간이 걸렸다니까요”

소비자심리지수 3개월 연속 하락에 ‘최저임금 인상’, ‘고용부진’ 등이 겹치면서 소비 위축이 우려됐지만, 오히려 백화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불황국면으로 집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마치 딴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추석과 폭염도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소비형태가 ‘가족’에서 개인 중심으로 바뀐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소비의 주도권을 쥔 여성들의 구매력도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백화점 3사, 영업익 두 자릿수 ↑…3분기도 맑음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70억원 42.5% 증가했다. 매출액은 0.9% 오른 77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주요 3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한 업체는 신세계백화점이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15.9%, 5% 늘은 420억원, 413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은 매출 4423억원(3%), 영업이익 753억원(9.1%)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백화점 3사의 3분기 매출액이3%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영업이익 역시 두 자릿수 증가를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심리지수의 감소와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17개월 평균(100)보다 밑돌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은 매출이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장변화’, ‘소비형태’, ‘재고부담해소’ 등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업체들은 백화점 내에는 기존 획일화된 매장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체험매장이나 다양한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편집숍 매장을 늘리고 있다.

뷰티 분야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은 ‘시코르’를 론칭,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지난 6월 자체 뷰티편집숍인 ‘라 코스메티크’를 리뉴얼해 ‘라코(LACO)’를 내놨다. 같은 달 현대백화점도 화장품, 요가용품, 의류, 식품, 잡화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보우(BOW)’를 선보였다.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을 보더라도 해외 브랜드 매출 비중은 2015년 12.5%에서 지난해 15.8%, 올해 2분기 19.3%로 단일 카테고리 중 가장 많이 성장했다.

1인가구 영향으로 나를 위한 가치소비 증가./ 롯데백화점

◇1인 가구 증가ㆍ여성 영향력 확대 ㆍ주52시간 '호재'

1인 가구 증가로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가족 중심의 소비 성향이 개인에 대한 투자로 바뀐 것이다. 고급 판매물품 이른바 ‘하이앤드’를 주로 취급하는 백화점에서도 이 같은 가구형태 변화가 이득일 수밖에 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61만9000만이다. 2000년 222만4000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17년 만에 2.5배가량 늘었다.

특히 전체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지난해 28.6%로 13.1%포인트 늘었다. 4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라는 의미다.

20~30대 1인 가구의 구매력은 중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고 명품 등 고가에 목돈을 지출하지는 않지만 레저와 건강, 취미, 여행, 자기계발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한 부분도 백화점 성장세에 한몫했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52%로 1999년 대비 5%포인트 이상 증가했고, ‘가치소비 경험여부’에선 여성(48.9%)이 남성(41.2%)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됐다.  

최근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도 한몫했다. 소비자들이 퇴근 후 백화점을 찾을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난 7월 한 달간 평일 6시 이후 매출은 6월 대비 8.6%나 증가했다. 이에 백화점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문화센터 강좌를 늘리는 등 오후 시간대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한다.

백화점 업체들은 특약매입 형식으로 재고 부담 비중을 낮추고 있다. / 현대백화점

◇직매입보다 특약매입 형태로 재고부담률 낮춰

재고부담률을 낮춘 것도 백화점의 나홀로 성장세를 이끌어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약매입’이란 협력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납품업체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게다가 비(非)판매 상품은 반품할 수 있어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로테이션 빨라 ‘백화점에 가면 신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심어준다.

아울러 특약매입 거래형태는 공급자들의 관리도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대형마트나 홈쇼핑보다 백화점에 대한 고객 신뢰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롯데·신세계·현대 등 3사는 특약매입 거래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3사의 특약매입 비중은 2016년 71%, 지난해 73%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 10건 중 7건 이상이 특약매입거래인 셈이다. 업체별로 현대백화점의 최근 4년간 특약매입 거래 비중은 84%를 기록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 72%, 롯데백화점 69%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위축 등 불황상황에도 백화점들이 다양한 변화체계를 구축하면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한·중 관계가 화해무드로 바뀌면서 사드 보복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는 점 등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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