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여름철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가 있다. 2006년 시작해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은 엄두도 못 내던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뜨거웠던 교실 안에서 1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찾은 스트록스와 플라시보의 노래를 들었다. 당시에는 연수구 옥련동과 동춘동에 걸친 옛 대우자판 부지에서 이 축제가 열렸는데, 그 탓에 아마 이 일대의 학교들은 축제 기간 내내 음악 소리로 떠들썩했을 것이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국내 록신의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트록스, 플라시보 외에도 스노우 패트롤, 제이슨 므라즈, 미야비, 프란츠 퍼디난드 등 유명 록 스타들이 일제히 내한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세계 유명 뮤지션들의 주목을 받는 장소가 됐음을 보여줌과 함께, 이제 국내 록신을 주도하는 물결이 국내 아티스트들에서 해외로 변화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 일이었다. 케미컬 브라더스, 라르크 앙 시엘, 뮤즈, 트레비스, 디르 앙 그레이, 심플 플랜, 위저 등 많은 뮤지션들이 이후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인천을 찾았다.

2010년부터 인천 북서쪽의 드림파크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겼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2012년에는 아라뱃길에서 개최됐고, 2013년부터는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송도달빛축제공원은 인천 1호선의 끝자락인 국제업무지구역에서 내려 가면 되는데, 황무지 같은 길을 20여 분 걸으면 시끌벅적한 페스티벌 현장이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곳은 시에서 세운 페스티벌 전용 상설 무대가 마련된 곳으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끝나도 1년 내내 그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인천은 개항도시다. 내지와 외지인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는 개항 도시에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게 마련. 인천에서 열리는 여러 음악 페스티벌들은 개항 도시로서 인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2018 월드클럽돔 코리아' 현장.

2002년 ‘한ㆍ일월드컵’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는 문학경기장에서는 지난 해부터 아시아 최대 규모의 EDM 축제인 ‘월드클럽돔 코리아’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개최 첫 해에만 약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대형 규모의 EDM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는 동북아시아 최초의 복합 리조트를 표방하는 인천시 중구의 파라다이스 시티와 협력해 애프터 파티 등 여러 이벤트를 마련했다. 페스티벌이 단순히 페스티벌 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문화 및 인프라와 결합해 더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인천에는 개항기의 역사를 담은 건축물과 전시 공간들이 여럿 있지만, 서울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게 사실. ‘사운드 바운드’는 구도심 일대의 특별한 공간과 이야기를 음악 공연과 조화시킨 페스티벌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왔다.

인천의 구도심인 중구 신포로에는 오래된 라이브 카페인 버텀라인이 있다. 1983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30년 넘게 꾸준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천 재즈 음악의 성지다. 벽면 가득 쌓인 LP판과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은 버텀라인의 시그니처. 100년이 훌쩍 넘은 근대 건축물을 개조한 이곳은 건축물로서의 보존 가치도 높다.

개항장 일대에서 열렸던 '사운드 바운드' 페스티벌 지도.

버텀라인 외에도 한 때 ‘인천의 명동’이라 불렸던 신포동에는 음악적으로 가치가 높은 장소들이 많다. 50여 년이 된 동인천 여관 건물을 재생 건축해 음악ㆍ전시 공간 겸 카페로 만든 인천여관X루비살롱과 1920년대에 지어진 개항장 얼음창고를 재생 건축한 아카이브 카페 빙고도 주목할 만한 곳이다. 앞서 소개한 이들 세 곳은 지난 해 ‘사운드 바운드’에 자리를 내어주며 참여 공간들로 함께하기도 했다. 오는 14일까지 이 일대의 문화공간과 인천아트플랫폼을 찾으면 재즈, 포크,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인천 개항장 예술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말 신 문물이 들어오고 전파되던 도시, 지역의 것과 외부의 것이 결합된 새로운 문화가 탄생되던 지역. 로큰롤, 소울 등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 가운데는 개항 도시인 인천을 통해 들어온 것들이 많다. 이제 인천은 여전히 다양한 음악 축제들을 개최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도시’라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PRM, 피터팬 MPC, '사운드 바운드'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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