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보상금 등 1755억 받기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글로벌제약사 MSD(미국 머크)가 공동 투자한 당뇨 치료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 ‘루수두나’의 상업화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발주자인 루수두나가 미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애물이 많고, 투자금도 회수했기 때문에 꼭 악재는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루수두나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제약사 MSD와 맺은 계약을 해지했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루수두나는 사노피의 당뇨병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다.

2014년 MSD와 계약 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수두나에 총 103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양사 계약에 따르면 MSD는 제품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수두나가 출시 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양사가 손을 잡고 개발한 루수두나는 지난해 1월 유럽에서 순조롭게 판매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에는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도 효능과 안전성 등을 인정받았지만 란투스를 판매하는 사노피가 특허침해 소송을 걸며 최종 승인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결국 MSD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개발 중단을 제안했고 삼성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개발 중단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투자한 개발비 1032억5000만원에 이자, 보상금 등의 비용 722억9000만원을 더해 1755억4000만원을 MSD로부터 지급받는다. 삼성이 이번에 수령할 보상금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의 14.8% 해당한다. 

루수두나의 오리지널인 란투스는 연간 10조원대 세계 매출을 올리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2016년 2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도 속속 출시됐다.

현재 란투스를 위협하는 바이오시밀러는 글로벌제약사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퍼스트무버(시장개척자) ‘베이사글라’다.

베이사글라는 2015년 12월 미국에서 승인을 받고 2016년 란투스보다 약 15%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다.

지난해 5월 공개된 사노피 그룹 경영실적에 따르면 베이사글라 출시 후 당뇨병 사업부의 매출은 8억3900만 유로(한화 약 1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어든 수준이다.

이처럼 가장 먼저 출시된 베이사글라가 란투스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상황에서 MDS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뒤늦게 루수두나를 내놓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MSD는 유럽에서 루수두나 판매를 승인받았음에도 출시하지 않았다. 의약품 교체를 꺼려하는 의사들에게 란투스 대체품으로 이미 베이사글라가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이사글라가 저가로 출시되면서 루수두나의 가격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후속 개량제품이 출시되는 등 여러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퍼스트무버가 아니라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MSD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상업화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달 내 투자금과 보상금 등을 지급받을 예정”이라며 “회수한 투자금은 다른 사업에 다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가 되더라도 점유율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MSD와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전략적으로 상업화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MSD가 투자금과 보상금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에 지급하는 만큼 금전적인 손해는 없겠지만 추진하던 사업이 엎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미지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효과를 인정받은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삼성이 투자금과 보상금을 잘 활용해 다른 주력 상품을 성장시킨다면 이번 일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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