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롯데, 금산분리 1년 내 고객 돈 일본에…비난 여론 가능성 높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신동빈 회장은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경영 복귀 이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금산분리라는 숙제는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지주사 밖에 있는 롯데물산이 금융 계열사를 품는 것인데, 이 경우 고객들 돈이 배당금 등의 이유로 일본에 흘러들어갈 수 있어 여론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조원 들여 롯데케미칼 편입…건설 영향력 강화

롯데건설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이던 롯데자산개발 보통주 전량(11.81%, 388억원)을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날 롯데자산개발 보통주 827만4388주(20.53%)를 롯데물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가격은 674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롯데물산은 롯데자산개발의 지분 32.34%를 확보, 2대주주가 됐다. 최대주주는 지분 60.47%를 갖고 있는 롯데지주다.

롯데그룹은 이번 지분구조 개편에서 롯데자산개발의 주식을 다른 매각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물산을 택한 것은 사업 연관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물산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몰의 시행사다. 1987년 12월 서울시와 신천동 29번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롯데자산개발은 부동산개발·유통업체로 지난해 12월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월드몰’ 운영을 위임받았다. 때문에 롯데물산이 롯데자산개발을 자회사로 두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 회장은 부동산 계열사뿐 아니라 지난 8일 경영에 복귀한 직후 다른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 역시 “그룹 내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화학부문의 지주사 편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일부(796만5201주, 23.24%)를 매입,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인수금액만 2조2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였지만, 롯데케미칼이 주요 캐우카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은 여전히 일본롯데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내년 10월 이전까지 금산분리 관련법에 따라 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연합

◇롯데, 금산분리 과제 해결할 수 있을까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을 품는데 성공했지만, 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리해야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카드과 캐피탈 지분을 각각 93.8%, 25.6%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 이전까지 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일각에선 롯데지주가 보유한 2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사 지분의 제3자 매각 또는 지주사 체제 밖 계열사와 지분 양수도 등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롯데물산에 넘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롯데물산은 롯데홀딩스(56.9%)와 호텔롯데(31.1%)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 L1~L12가 지분 99%를 보유했다. 즉, 롯데물산이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게 되면 금산분리는 해결할 수 있지만 고객들 돈이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일본에 흘러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을 제3자 매각에 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매년 1000억원대 내외 순이익을 내는 탄탄한 계열사들이라 가능성이 매우 낮은 시나리오다.

호텔롯데 상장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연합

◇ '숙원사업' 호텔롯데 상장은 언제?

호텔롯데의 상장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동안 롯데그룹을 괴롭히던 국적 시비도 잠재울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 등을 통해 일본 측 지분을 상당 부분 희석할 수 있다. 특히 롯데지주 외에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점도 상장이 필요한 이유다.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호텔롯데가 상장 후 롯데지주와 합병하면 완벽한 롯데그룹 지주사 체제까지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16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한일 원톱 자리에 앉자마자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2016년 상장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호텔롯데 상장 준비에 돌입했으나 갑작스런 검찰 수사로 전면 중단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경영에 복귀한 만큼 상장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 상장 작업을 끝낼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면세점업황이 부진하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호텔롯데의 기업가치(EV/EBITDA)는 12조9231억원이었고, 이중 면세사업부는 12조원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드 보복 등의 여파로 면세점이 적자로 돌아서며 기업가치도 1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아울러 뇌물공여 혐의 유죄 판결도 악재다. 신 회장은 2016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을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고법 형사8부는 지난 5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뇌물 공여자이면서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판시했다.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점 특허신청 업체가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 허가권을 따낸 게 밝혀지면 세관장은 이를 취소해야 한다. 관세청 역시 관련 내용을 분석한 뒤 특허권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그동안 미뤄뒀던 일정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예정”이라며 “대표적으로 추가채용, 롯데호텔 상장,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등이 주요안건으로 다뤄질 방침이다”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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