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개장, 고도화율 40% 달성 등 눈에 띄는 성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던 현대오일뱅크가 연이어 업계 '최초 행진'을 이어가며 '꼴찌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에 59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업계 최하위에 머물렀다. SK이노베이션이 1조563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GS칼텍스가 8652억원, 에쓰오일이 657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반기 실적만 보자면 갈길이 멀지만, 미래까지 어두운 것은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휘발유, 경유, LPG를 비롯해 수소, 전기 등 차량용 연료를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개장한 것을 비롯해 정유업계 최초로 고도화율 40%를 달성했다. 또한 업계 처음으로 멕시코와 휘발유 수출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처음으로 차량용 연료 전 품목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 국내 1호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울산에 수소, 전기 등 대체 연료를 포함해 휘발유, 경유, LPG 등 전통 연료까지 다양한 차량용 연료를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지금까지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와 LPG, LPG와 수소를 동시에 판매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차량용 연료 전 품종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이용자들의 편의가 개선되고 수소차,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보급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정부 정책에 맞춰 울산 외에 수도권 2곳에 수소충전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022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35만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국 거점 도시 중심으로 수요와 경제성을 고려해 복합에너지스테이션 구축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자동차업계 등과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400억 원이 투자된 SDA 공정을 지난 8월에 완공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 업계 첫 고도화율 40% 달성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처음으로 고도화설비 용량과 단순정제능력 간 비율인 고도화율 40%를 달성했다. 고도화율은 고부가 제품 생산의 척도로 불린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2400억원 투자해 하루 생산능력 8만배럴의 SDA(Solvent De-Asphalting) 공정을 완공했다. SDA는 잔사유(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경질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에 프로판, 부탄, 펜탄 등 용매를 혼합해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한 후 DAO(De-Asphalted Oil)를 추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DAO를 고도화 설비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설비와 고도화설비 증설을 마무리하며 일일 정제능력을 65만 배럴로, 고도화설비 용량은 하루 21만1000 배럴까지 늘리게 돼 고도화비율을 40.6%까지 높였다. 

이러한 고도화 비율은 2020년부터 적용되는 친환경 규제와 맞물러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을 현재 3.5%에서 0.5%로 낮출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SDA 및 고도화설비 증설로 수요가 감소하는 고유황 중질유 대신 수요가 증가하는 경질유 생산을 더 늘릴 수 있게 된다. 중동산 원유보다 고유황 중질유 성분이 많아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초중질 원유도 더 투입할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중동산 원유와 초중질 원유의 가격차는 더 벌어져 초중질원유의 경제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효과가 연간 1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처음으로 멕시코과 휘발유 수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 정유사 최초 멕시코 수출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지구 반대편에 있는 멕시코와 휘발유 수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멕시코 국영 석유사 피엠아이에 내년 상반기 동안 휘발유 210만 배럴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현물 시장 트레이더를 중간에 두지 않고 멕시코 국영 석유사와 직접 휘발유 장기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정유사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장기 직거래는 트레이더를 통하는 현물 시장 거래와 달리 일정한 조건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측은 이번 멕시코 국영 석유사와 직거래가 향후 중남미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싱가포르, 필리핀 등 전통적인 휘발유 수출 시장인 아시아를 넘어 지속적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고 있다. 2013년 거래를 시작한 뉴질랜드 전체 휘발유의 25%, 수입 휘발유의 54%가 현대오일뱅크 제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도 올해 말까지 휘발유를 최대 120만 배럴 공급할 수 있는 계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한국 석유제품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정제설비를 확충해 수출까지 나서고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은 역외 지역으로 수출 다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