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김솔이 기자] #. 고등학교 교사 최모씨(57·여) 역시 2016년 산악자전거를 구입할 당시 150만원짜리 대만 기업인 자이언트(GIANT) 제품을 선택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주변인 모두 국산 자전거보다 외국산 자전거를 추천했다. 특히 자이언트는 국내 애프터서비스(A/S)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국내 자전거 인구가 1300만명을 넘어섰지만 국산 자전거 업계는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폭염으로 야외활동이 줄어든 데다 고급 브랜드를 내세운 외국산 자전거에 밀리고 있어서다. 

14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는 1340만명이었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이중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330만명에 달했다.

실적 고꾸라지는 국내 자전거 기업  

그러나 정작 국내 자전거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실제 국내 자전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매출액은 1110억6000만원으로 2016년 대비 2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5.6% 줄어든 2억5000만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2015년 149억원, 2016년 57억9000만원에서 감소해왔다. 

알톤스포츠는 지난해 영업손실 132억원을 기록,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16년과 2015년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58억6000만원, 24억2000만원으로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다만 올 상반기 영업이익 1억2000만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외국산에 밀리는 국산 자전거

업계에 따르면 연간 판매량 기준 국내 자전거 시장 규모는 2015년 200만대에서 지난해 170만대로, 약 15% 가량 축소됐다. 무엇보다 야외활동 감소와 공공자전거 정책 확대에 자전거 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자전거 이용이 증가하는 봄·가을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데다 무더위 기간도 길어졌다. 또 서울시 ‘따릉이’ 등 공공자전거가 대전, 창원, 제주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자전거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전거와 관련 용품에 지갑을 여는 애호가들이 국산 자전거를 외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전거 시장은 생활자전거 시장과 레저·스포츠용 고급자전거 시장으로 양분돼있다. 생활자전거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전거 기업들은 고급자전거 수요층을 사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은 외국산 자전거를 국산 자전거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자전거는 제조자 개발 생산(ODM)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 자전거 기업들은 직접 제품을 개발한다”며 “사이클 선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가혹한 환경에서 시험을 진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외국산 자전거들이 고급자전거 이미지를 선점한 점도 국산 자전거에겐 걸림돌이다. 여전히 외국산 자전거는 고급자전거, 국산 자전거는 생활자전거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 자전거 기업들이 고급자전거 브랜드를 출시하더라도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자이언트·메리다 등 외국 자전거 기업들은 단가 인하 정책까지 추진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노리고 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자전거 부품사들은 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고급자전거에 들어가는 부품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러나 국산 자전거가 경쟁력이 낮은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 전자기기 전문점에서 모델들이 전기자전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산 자전거, 퍼스널 모빌리티로 위기 돌파

국내 자전거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퍼스널 모빌리티(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를 내세우고 있다. 수요가 정체된 자전거 시장보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이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1인 가구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퍼스널 모빌리티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은 2016년 6만대 수준에서 2022년까지 2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또한 2015년 4000억이던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69배인 22조원까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삼천리자전거는 전기자전거인 미니벨로형 ‘팬텀 제로’, 산악자전거(MTB)형‘팬텀 EX’, 폴딩형 ‘팬텀마이크로’를 비롯해 전동킥보드 ‘브리츠’ 등 이용 환경이나 사용 목적을 고려해 다양한 퍼스널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했다. 알톤스포츠 또한 미니벨로 ‘니모FD’, 시티바이크 ‘니모 27.5’, ‘이노젠’ 등과 전동킥보드 ‘올펀’을 내놨다.

한 국내 자전거기업 관계자는 “미세먼지나 공공자전거 등으로 국내 자전거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외국산 자전거에 대응하는 경쟁 제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까지는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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