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미·중 무역분쟁의 통상마찰에 따라 한국 경제는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 경제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한국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2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아시아 지역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향후 2년간 최대 0.9%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국이 논의 중인 보복관세가 모두 적용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첫 2년간 최대 1.6%, 미국 GDP 역시 최대 1.0%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됐을 때 한국 GDP 손실률이 1%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경제 체제를 가진 한국은 무역분쟁이 심화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4%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3%)을 웃도는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라는 걸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양대 수출국이다. 특히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액은 1421억달러로 전체 수출액(5737억달러)에서 24.8%를 차지했다. 이중 중간재 비중은 78.9%에 달한다. 이에 중국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국내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수입 품목을 늘리면서 무역분쟁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들도 많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 품목이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국이 직접적으로 한국 제품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중국과 생산이 연관돼 있거나 중국 내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미·중 간 무역분쟁이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는 교역 감소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철강업계의 수출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부침을 겪고 있다.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 및 수입할당제(쿼터제)를 시행한 이후 유럽연합(EU)가 지난 7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지난 11일(현지시간) 캐나다까지 오는 25일부터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철강업계의 보호무역 추세 강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는 예고돼있는 만큼 정부·기업 등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며 “다만 철강산업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나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기조가 확산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