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화이자·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 AI 전문업체 협력
FDA 승인 AI 신약 없어…성급한 기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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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지영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전 산업 분야를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바람이 제약업계에도 불고 있는 가운데, AI가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는 맞지만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AI와 신약개발을 접목하려는 제약·바이오사는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 아래 AI 신약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까지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AI+빅데이터 활용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을 진행한다.

신약개발은 전세계 제약사의 존재 이유이자 영원한 숙제다. 하지만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조(兆) 단위의 투자금이 드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신약이 개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만여 개의 신약 후보물질 중 실제 '대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글로벌 제약기업, AI 어떻게 활용하나

이처럼 신약개발은 성공률도 낮고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제약계에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방안으로 AI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한 명의 연구자가 신약개발을 위해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 200~300여건에 불과하지만 AI는 100만건 이상의 논문을 읽고, 400만 명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활용되면 통상 4~5년이 소요되는 시간을 5배 정도 단축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적극적이다. 주로 AI와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를 꾀하고 있다.

화이자는 면역·종양학 부문 신약개발을 위해 미국 IBM과 손을 잡고 IBM의 AI의사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왓슨은 암 치료법 발견을 위해 새로운 약물 표적 및 대체 약물 기전을 연구자들이 쉽게 탐색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로슈는 개인별 맞춤 의료 실현을 위해 지난해 대규모 암 환자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로 변환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암 치료 타깃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인 GNS헬스케어와 협력을 맺었다. 앞서 2014년에는 생명 공학 회사 비나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 또한 맞춤형 의료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노바티스는 보다 효과적인 유방암 치료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코타 헬스케어와 협력 중이다. 코타 헬스케어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통해 유방암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MSD, 사노피 젠자임, GSK, 바이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AI를 신약개발에 도입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손을 잡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FDA 승인받은 AI신약 없어…환상 경계해야

하지만 막연한 기대나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I 신약도 없을뿐더러, AI와 빅데이터는 신약개발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만능 열쇠는 아니기 때문이다.

약물 개발 기술과 단계는 복잡하기 때문에 AI가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 대상자 선정부터 임상 성공률 예측 등의 해답을 모두 제시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미국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투자(twoXAR)의 공동설립자 앤드류 라딘은 "약물 개발은 복잡하기 때문에 AI 솔루션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실제로 AI를 적용한 회사들도 다른 회사와 협력을 통해 솔루션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마야 R. 새이드 아웃컴즈포미(Outcomes4Me) 대표도 최근 국내에서 열린 바이오 심포지엄에서 “IBM의 왓슨은 한때 인간의 모든 병을 다 치료해 줄 것이라고 여겼지만 하나의 기술이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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