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남다른 스포츠 사랑은 재계에서도 잘 알려졌다. 게다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가 왜 필요한지 일깨우고 있다.  

제16회 아시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핸드볼협회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핸드볼 ‘거침없는 투자·적극 스킨십’ 행보

최태원 회장은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핸드볼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다. 단순히 대한핸드볼협회장이란 타이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경기들이 있을 때마다 선수들 격려는 물론, 경기도 끝까지 관람한다.

최태원 회장이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이다. 당시 협회장에 취임하며 핸드볼인들의 숙원인 전용경기장 건립을 약속했다. 그리고 434억원을 투입, 2011년 11월 ‘SK핸드볼경기장’을 완공해 기부했다. 이는 올림픽 펜싱경기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5000여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국제대회에 어울리는 규모로 만들어진 셈이다.

최태원 회장의 남다른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뿐만이 아니다. 그는 선수 육성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로 유명하다. 재정난으로 해체위기에 처한 용인시청팀을 2012년 2월 인수해 SK슈가글라이더즈를 창단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통 큰 후원 또한 눈에 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진 않지만 최태원 회장은 협회에 연간 수십억원 단위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포상금도 인천 대회 때보다 2배 이상 올랐다는 게 협회 관계자 설명이다. 이에  ‘여자 핸드볼 대표팀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선수들 역시 전방위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지난 8월 30일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최태원 회장을 헹가래했다.

애초 최태원 회장은 다음 날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리는 ‘중국 6개 대학 총장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도 아시안게임 ‘1박 2일 응원전’을 만류했지만,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한 후 경기장을 찾아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앞서 남자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선수촌을 방문,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메달 획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표팀을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미래 국가대표의 꿈을 키우며 지켜보는 어린 선수들을 위해 최선의 경기를 펼쳐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지난 6월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한일 클래식 매치’도 찾아가 남녀 선수단을 응원하는 등 적극으로 소통한다. 지난 1월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경기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도 주요 대회들은 다 챙기는 셈이다.

남자 사브르 대표 구본길, 오상욱, 최신원 펜싱협회 회장, 김정환, 유상주 코치. /대한펜싱협회

◇최신원, 펜싱 대표팀 경쟁력 끌어올린 1등 공신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수장을 맡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시아선수권(태국)과 세계선수권대회(중국) 등 주요대회 있으면 어김없이 현장을 방문한다.

SK 내부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은 화끈한 성격”이라며 “성적만 나오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별도의 포상할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회 전체 예산의 50% 이상인 연 20~22억원 정도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 때에는 포상금을 주기도 한다. 원래 펜싱협회의 포상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준 개인전 500만원, 단체전 1000만원인데, 최신원 회장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두 배’로 올리겠다고 약속해 인상된 금액이 지급됐다.

아울러 국가지원금으로 부족한 국제대회 참가비용도 지원한다. 펜싱은 월드컵이나 그랑프리대회 성적에 따라 포인트가 주어진다. 이를 합산해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 때 시드를 받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수들은 8개 대회에 다 참가해 누적점수가 높다. 좋은 시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국제대회 참가가 부족해 누적 점수가 낮았다. 256강부터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다. SK는 2009년부턴 연간 20억원가량을 지원해 8차례 국제대회에 모두 나가도록했다. 이제는 성적까지 뒷받침되면서 64강 이상 시드를 받고 출전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이런 것”이라며 “이들의 결단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로 보일 수 있지만, 국내 스포츠 산업 발전을 넘어 국가 위상을 드높이는 값진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인기 종목이던 핸드볼과 펜싱이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결과 효자 종목이 됐다”며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자란 어린 꿈나무들은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기적의 역전승을 이뤄낸 제2의 박상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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