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로저 베이컨이 1250년에 예견한 자동차가 칼 벤츠에 의해 만들어지고 포드에 의해 일반화되기까지 대략 700년이 걸렸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어 이동수단의 니즈(Needs)가 바뀌면서 820년의 자동차 진화도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 SF영화에서나 등장한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의 단계를 크게 4개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차간 거리 유지와 간격 제어, 자동 주차와 차선 컨트롤과 같이 현재 실용화되고 있는 단계를 말한다. 2단계는 1단계의 기술을 지능형으로 통합하고 제어해주는 지금의 시스템 기술 수준이다. 3단계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부분적 자율주행’ 단계다. 차량이 교통신호와 차량의 흐름을 인식하고, 도로의 상황에 따라 일정 구간을 운전자의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주행한다. 4단계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출발부터 목적지까지 차량 스스로 모든 것을 제어한다.

이러한 자율주행차가 실생활에 실현되려면 선행되어야 할 충족조건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중에서도 안전성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 차와 차 간, 차와 도로 간 정보교환의 오류는 사람이 운전해서 사고 날 확률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미국의 자동차 사고는 500만km당 1명 사망, 10만km에 1회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자율주행 차의 안전성은 이러한 통계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실험으로 입증되어야 불안감을 떨칠 수 있다. 따라서 유즈 케이스(Use Cases)와 같은 시스템 작동의 분석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타는 자동차의 역사는 겨우 130년에 지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도 이러한 기술의 역사 위에서 시작되었다. 자동차에 신기술을 탑재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보수적이다. 오랜 시험을 거쳐야 하고 운전습관, 기후적 변화, 지리적 특수성까지 수없이 많은 인자를 고려해야만 한다. 특히,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할 때는 사고의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전자기술이 생명과 직결되는 순간, 더는 전자가 아니라 자동차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제가전박람회(CES)가 6일(현지시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됐다. IT 전시회에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미래 가치가 매우 큰 자율주행차의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제조사와 IT 기업과의 합종연횡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완성되기 위해서 혁신적인 기술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보다 철학적 접근 즉,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윤리적 가치다. 그래서인지 가까운 미래에 무결점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질주하려면 사전에 정비(整備)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아 보인다.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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