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김태균 감독이 ‘암수살인’을 내놓기까지 장장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곽경택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태균 감독은 영화 ‘봄, 눈’(2012년)을 통해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내놓은 첫 번째 상업영화 ‘암수살인’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부산에서 일어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 기존의 잔인한 범죄수사물과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완성도 높은 영화’ ‘웰메이드 수사극’이라는 관객의 호평은 김태균 감독의 끈질긴 집념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암수살인’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나.

“‘봄, 눈’을 마치고 11월 초부터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우연히 봤다. 사건이 굉장히 아이러니했고, 범인과 형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실제 형사님(김정수 형사)을 만나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취재하며 서로 신뢰를 쌓았다. 사실 모든 자료들을 영화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극화하는 과정에서 인물들과 갈등을 만들며 영화로 만들었다. 실제 캐릭터의 본질적인 면만 가져오고, 영화 속 인물들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김윤석, 주지훈을 캐스팅 하는 과정에서 비하인드가 있다면.

“돌아보면 신의 한 수였다. 특히 주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되기 전이었다.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돼 기쁘다. 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돌아보면 매 순간 좋은 일만 있었던 것 같다. 참 복이 많은 영화다.”

김윤석과 주지훈은 영화 '암수살인'에서 형사 김형민과 범인 강태오를 연기했다.사진='암수살인' 스틸

-김윤석과 주지훈은 현장에서 어땠나.

“두 배우 모두 용호상박이었다. 김윤석은 한 마리 호랑이 같았고, 주지훈은 용 같았다. 관객들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연기를 매우 잘했다. 접견실에서 두 사람이 서로 수 싸움을 할 때는 현장의 공기가 어마어마했다. 캐릭터 간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할 때도 두 사람은 나를 사이에 두고 앉곤 했다. 특히 주지훈이 맡은 강태오 역은 독보적인 캐릭터이지 않나. 기존의 살인마 캐릭터들과도 다르니까 누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아수라’를 보고 주지훈에게 반해 전작들을 다 찾아봤다. 특히 ‘좋은 친구들’이 압권이었다. 다층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악마 같은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할 것 같았다. 김윤석 역시 ‘주지훈과 꼭 한 번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주고 싶었나.

“형사와 살인범의 대결이라는 쾌감을 전달할 뿐 아니라 유대관계가 끊어진 사회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사실 암수살인이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비롯된 것 아닌가. 어린 강태오에게 누군가 조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면 이런 괴물이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존의 범죄수사물과 달리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역수사 방식을 차용했다.

“사실 이런 장르영화나 형사와 살인범의 이야기는 너무 많지 않나.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사건의 특성을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모든 형사물과 완벽히 다르게 역수사 방식을 쓰기로 결정했다. 관객들이 형민(김윤석)과 똑같이 수사를 하고, 미스터리를 풀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런 구성을 통해 관객들 역시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으면 했다. 연출적으로는 사실주의 촬영을 통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마치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김형민은 피해자들을 찾기 위해 강태오에게 영치금을 주며 회유한다. 일부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김형민과 강태오의 본격적인 싸움을 위한 명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맥거핀이기도 하다. 김형민은 강태오를 칼국수집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범인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나. 자신이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싸움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수사 계획이 있는 거다.”

-주지훈의 말에 따르면 실제 사건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데.

“그 사건에 갇힐까봐 하는 우려였다. 감독의 모티브를 통해 본질을 해석하고 영화답게 연기해야 하는데 배우들이 실제 사건에 갇히면 안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지훈이 ‘감독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답했다. 영화는 재연 드라마가 아니니까. 실제로는 훨씬 방대한 사건이지만 좁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굳이 결말을 짓지 않은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형사의 집념을 응축한 장면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에 대한 은유도 있다. 한 사람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형사의 모습으로 연민과 함께 묵직함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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