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기름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자 정부가 10년 만에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한쪽에서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유가 상승 속도가 빨라 국민들의 생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보통 휘발유 가격은 1674.9원으로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경유 가격 역시 15주 연속 상승하며 1477.9원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자 '세수(稅收)'에 민감한 정부도 손놓고 있을 순 없게 됐다. 급기야 IMF-WB연차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간 김동연 부총리는 13일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모든 계층이 누리게 되지만 특히 취약한 계층과 내수 진작 효과도 고려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연내에 유류세 인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선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서민들은 대중교통을 많이 타고, 고소득층은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하니까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유류세 비중은 휘발유가 54.6%, 경유(45.9%)보다 약 10% 높기 때문에 인하액도 휘발유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10% 인하 시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82원, 경유는 57원이 내려간다.
하지만 '경유차=서민' '휘발유차=고소득층'이라는 전제는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버스를 타는 사람을 모두 취약 계층으로 볼 수 없고, 자가용을 타는 사람 모두를 고소득층으로 단정할 수 없다. 주변에선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는 자가용 운전자를 쉽게 볼 수 있고, 심지어 휘발유 차량보다 디젤 차량 가격이 더 비싼 경우도 흔하다.
또한, 유류세가 인하되면 경유차 이용자들도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졸음운전까지 마다 않는 일부 운수업자들에게 리터당 57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유류세 인하는 세금을 내는 모든 이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굳이 타인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유류세 인하가 소득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논리에 밀려 인하하지 않는 게 공평한 일일까. 또 모두가 힘들어 하는 상황에는 정부가 그저 뒷짐만 지고 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