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왼쪽), 오거돈 부산시장./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화합과 도약의 원년인 영화제를 만들겠다.”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영화제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다짐이다. 일명 ‘다이빙벨 사태’로 불거진 영화인들의 갈등과 위상 하락을 털어내고 영화제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모든 영화 관계자의 보이콧이 전면 해제된 첫 영화제인만큼 수많은 영화인들이 부산 땅을 밟았다.

올해 영화제는 전년 대비 관람객 수가 소폭 증가했다. 19만2991명에서 약 2000명 증가한 19만5081명이 영화제에 참석했다. 국내게스트 4860명, 해외 게스트 1224명, 시네필 1281명, 마켓 1737명이다. 비즈니스시장으로 불리는 아시아 필름마켓도 지난해보다 38% 증가한 참여업체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화제 정상화는 아직까지 갈 길이 먼 모양새다. 정작 오거돈 부산시장이 영화제 개막식에 불참한 것은 물론이고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도 영화제에 불참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였으나 결국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것이다.

영화제의 가장 큰 오점은 오 부산시장의 개막식 불참이다. 당초 오 시장은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영화인 대표 한 명과 함께 개막선언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 시장은 4일부터 6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10·4 11주년 민족통일대회’에 남측 방북단 공동대표단장 자격으로 참가하며 영화제에 불참했다. 영화제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던 각오는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오 부산시장은 영상을 통해 “2018년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원년의 해이자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라는 대장정의 출발점이다. 반드시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추진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의 계획을 접한 많은 영화인들은 아리송한 반응을 나타냈다. 정상화 원년과 영화제의 무탈한 개최를 비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남북공동영화제 개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영화 교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북한영화 9편을 상영하기도 했다.

물론 남북공동영화제가 환영받을 일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다소 경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 동안 부산영화제는 ‘영화제의 독립’을 추구해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시행된 많은 영화인들의 보이콧 사태 원인 역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색을 띠지 않은 독립된 영화제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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