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투업계 "전장(VC)사업부 분리, 리스크 높아 실현 가능성 낮다"
LG상사·LG이노텍 분리 가능성 거론...희성그룹 지분 스왑 가능성도
구본준 LG 부회장(사진)이 지난 6월 연말 임원인사에서 용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선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본격적인 그룹경영 행보에 나서면서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의 오랜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 부회장은 계열사 분리를 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구 부회장이 연말 용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업계에선 벌써부터 갖가지 계열 분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크게 4~5가지로 압축된다. LG그룹 내 전장부문(VC) 사업부나 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LG이노텍·LG상사 독립, 그리고 희성그룹 지분 스왑 등이 유력한 대상이다.

고 구본무 회장의 와병 이후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왔던 구 부회장은 지난 6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LG그룹 경영일선에서 전면 물러나며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직하게 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구 부회장의 계열 분리 이슈가 부각되면서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 구본준 부회장 지분 7.72% “주요 계열사 분리하기엔 부족”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7.72%(1331만7448주)의 시장가치는 약 1조원. 현재 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구 부회장 계열분리 시나리오에는 이를 매각해 최대주주로 오를 수 있는 계열사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간 자주 나온 전장 사업본부 분리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장부문은 LG그룹 내 5개 회사에 나눠져 있는데다 이들 기업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LG그룹 계열사 지분 구조./그래픽=이석인 기자

LG전자 내 전장 사업본부는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신설된 전장사업본부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중심으로 전장, 전기차용 핵심 부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엔 매출 1조원 달성과 흑자 전환에 성공할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LG전자가 전장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면서 전장 사업부문이 흩어져 있는 LG화학, LG하우시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에서도 전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 사업부의 매출액 합계 역시 8조원에 육박해 구 부회장에게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구 부회장이 전장 부문을 분리해 나가기는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분리독립 역시 같은 이유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시가총액은 각각 7조3000억원, 6조 4900억원을 넘는다. 구 부회장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무리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LG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분리 독립은 조카인 구광모 회장에게도 부담을 주게 된다. 해당 계열사 주주들이 이를 환영할 근거도 낮다”며 “주주들과 구 부회장이 구태여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도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LG그룹 가계도 및 주요 계열사/그래픽=이석인 기자

◆ LG이노텍·LG상사로 쏠리는 눈...희성그룹 지분 스왑 가능성도 나와

업계에선 그나마 유력한 설로 LG이노텍과 LG상사 분리, 희성그룹 분리 스왑 등이 거론되고 있다.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과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한 구 부회장의 궤적을보더라도 LG상사와 LG이노텍 분리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금력 차원에서도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을 매각해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어 현실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그나마 유력한 설로 LG이노텍과 LG상사 분리, 희성그룹 분리 스왑 등이 거론되고 있다.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과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한 구 부회장의 궤적을보더라도 LG상사와 LG이노텍 분리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금력 차원에서도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을 매각해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어 현실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희성그룹은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이 그룹 수장으로 있는 회사다. 지난해 희성그룹은 구본능 회장의 희성금속(28%), 희성정밀(43.32%) 지분을 삼보E&C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희성그룹은 구본능 회장의 희성전자 계열과 구본식 부회장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삼보이엔씨 계열로 쪼개졌다.

구 부회장이 희성그룹에 합류할 경우 구 부회장이 구본능 회장이 보유한 희성전자 지분(42.1%)을 스왑할 가능성이 높다. 구 부회장의 경험을 살려 그룹 내 전자 부문은 구 부회장이, 화학·건설 부문은 구본식 부회장이 이끌게 될 거란 분석이다. 희성그룹 입장에서도 비교적 쉽게 계열 분리가 가능해진다.

다만 LG그룹내부에서는 희성그룹이 오래 전에 분리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단순히 혈연 관계로만 판단해 스왑 가능성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잠잠해진 듯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계열사 분리 대신 대주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한 뒤 배당을 받는 식으로 대주주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계열사 분리독립은 구 부회장의 업력과 자금력은 물론 경영 스타일과 지분 구조 등 여러 조건을 따져봐야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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