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올 상반기 연일 상승세를 보였던 신세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7·8월 신규 면세점이 잇달아 개점하면서 면세점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중국 관광객 관련 우려 역시 계속되면서 주가 반등의 걸림돌이 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주가는 지난 5월 47만5500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으나 6월부터 내리막을 탔다.

연이은 면세점 개점에 투자심리 악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면세점 관련 불확실성이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가 추정한 신세계의 3분기 예상 매출액은 1조34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4% 늘어날 전망이다. 예상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0.4% 줄어든 740억원으로 추정된다. 백화점 부문의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면세점의 실적이 전체 실적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강남점을 개점한 데 이어 8월에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1(향수·화장품), DF5(패션·피혁) 등에서 면세점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신규 면세점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만큼 강남점·인천공항점 역시 적자가 예상돼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BNK투자증권은 면세점 부진에 따라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기존 42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승은 연구원은 “주가 상승의 핵심적인 부분인 신세계디에프(DF)는 3분기 매출 5452억원, 영업적자 51억원으로 예상된다”며 “강남점·인천공항점 초기 투자금 등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 또한 “적극적인 면세점 확장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됐다”며 “신규 면세점들에서 발생할 적자 규모가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따이공 규제 강화 우려에 주가 급락

또 중국인 관광객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중국 정부의 ‘따이공(代工·보따리상)’ 규제 소식에 면세점 실적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전인 2016년 월별 중국인 관광객 수는 60~90만명에 달했으나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8만명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따이공을 규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웨이상(微商·SNS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기업)’은 사업자 등록 과정을 거쳐 세금 납부 등의 의무를 지니게 된다. 이에 웨이상에게 상품을 납품하는 따이공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지난 4일엔 중국에서는 정부가 한국에서 출발해 상해 푸동 공항에 입국한 항공기를 전수 조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신세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66% 하락한 30만3500원을 기록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의 높은 리셀러(Re-seller) 의존도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며 신세계의 주가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한령이 완화되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면 주가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점 불확실성 걷히면 주가 반등

전문가들은 면세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가파른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면세점 성장성과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한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강남점·인천공항점 개점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신세계면세점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신세계가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손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이공 구매력 약화와 활동 위축 우려는 기우일 것”이라며 “중국의 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명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와 출국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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