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택시업계, 카풀 서비스 등 모빌리티 사업에 강한 반감 드러내…승차거부 지친 시민 반응은 '냉담'
모빌리티 서비스, 4차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로 평가…택시업계 '생존권' 요구에 미래 먹거리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택시업계가 공유차 사업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여론은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택시 생존권에 가로막혀 미래차 산업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택시 업계는 18일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카풀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카풀 서비스가 택시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다.

앞서 택시업계는 카풀 등 모빌리티 사업에 강한 불만을 내비쳐왔다. 16일 카카오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 T 카풀 크루’를 론칭하고 카풀 운전자 모집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 택시는 7만여대. 그러나 승차거부가 심각해지면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데 따른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택시업계 향한 '싸늘한 여론'

그러나 택시업계를 향한 여론은 차갑기만하다. 택시가 개인 운송수단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으로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택시를 향한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택시 승차거부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후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받은 '전국 택시규정 위반 적발 현황'을 보면 지난 5년간 택시 규정위반 10만 3187건 중 승차거부가 2만7788건으로 30% 가까이 됐다.

카카오 택시 서비스가 사실상 합법적인 승차거부 도구로 전락한 만큼, 실제 승차거부는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는 지난 9월 20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호출을 받은 20만5000건 중 3만7000건만 서비스를 제공했다. 성사율이 18%에 불과하다.

서비스 불만족도 크다. 승차거부 다음으로 많은 규정 위반이 ‘불친절(16%)’이었다. ‘부당 요금’도 전체 중 15%나 있었다.

일부 택시 기사들도 카풀 반대나 기본요금 인상 등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택시 업계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택시 운전자는 “택시 스스로 승차거부 등 유혹에 빠져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시대가 변했는데 언제까지 독점 사업권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승객들이 편리한 택시를 두고 굳이 불편하고 위험한 카풀을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충분히 경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택시 운전사는 "기본료가 오르면 최소한 몇달간 승객이 급감한다. 여기에 사납금도 오르면 실제 운전사들 수익은 크게 줄어든다"며" 택시 운전사 처우 개선 방법은 월급제 도입 밖에 없다. 기본료 인상이나 카풀 반대는 사실상 택시 회사 사주들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브이씨앤씨가 론칭한 타다 플랫폼의 미션. 승객 편의뿐 아니라 IT 및 기존 산업과 높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브이씨앤씨 제공

◆ 미래차 산업도 빨간불

일각에서는 택시 업계 생존권 보호 요구가 우리나라 산업을 병들게 한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미래 이동수단은 4차 산업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 분야다.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주로 불린다.

모빌리티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유차 사업을 기반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에 따라 차를 빌려탈 수 있는 '공유차 사업'과,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카풀' 등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완전히 통합되면, 시민들이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경제를 주도해온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 서비스 납품 업체로 전락하는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일찌감치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GM은 일찌감치 메이븐을 인수한데 이어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고, 메르세데스-벤츠 크루브와 폭스바겐 모이아도 이와 같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더 내년 기업 공개에 앞서 기업 가치를 1200억달러(한화 약 135조원)나 인정받았다. 2017년 현대차그룹 시가총액(92조3521억원)보다 50% 가까이 많다..

현대자동차는 카풀 서비스 업체 럭시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올 초 카카오에 지분을 전략 매각하면서 완전히 손을 뗐다. 현대자동차 제공

반면 국내 차량공유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사업용이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행하거나 임대, 알선할 수 없게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때문이다. 럭시와 풀러스 등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된 배경에도 규제에 따른 사업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 자회사인 브이씨앤씨는 최근 규제를 피해 승합차와 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그러나 택시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차도 사실상 국내 공유차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올 초 럭시 지분을 전량 카카오에 매각했다. 동남아시아 그랩과 인도 레브 등 해외에서는 유력 기업들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밖에 해외에 모기업을 갖고 있는 국내 완성차 3개사 역시 국내 공유차 사업 진출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업계에 가로막혀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래차는 자동차뿐 아니라 인공지능 등을 포괄하며 4차산업혁명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모빌리티 시장이 멈춰버리면, 사실상 국내 산업이 정지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