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유아정 기자]  개그우먼 정선희는 언제나 밝다. 그간의 사연이야 어떻든 지금 당장 그녀는 걸어다니는 긍정 에너지체다. 일부러 연출한 것이든 진실로 그러하든 그녀는 명랑하다. 그리고 덕분에 함께 있는 사람이 즐거워진다. 이것이야 말로 그녀가 업으로 삼고 있는 개그우먼이라는 정체성에 맞아떨어지는 본질적 자세 아닐까. 연예 정보프로그램 TV조선 ‘별별톡쇼’의 메인 진행자로 1년 반을 진득하게 지켜온 그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한걸음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며 사람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 ‘별별톡쇼’ 안방마님으로 1년 반이나 활약했다.
“원래는 연예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좀 있었다. 내가 워낙 많이 다뤄져봤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나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덥석 해보겠노라 했다. 의욕을 갖고 시작했는데 나의 진심을 담아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는 정작 편집됐다. 하하, 그 때 깨달았다. 내가 당시 서운하게 느꼈던 일들도 알고 보면 편집됐을 수 있겠구나.”

-그래서 오히려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그렇다. 진행자가 되어보니 여러 제약이 있더라. 워낙 절친이고 잘 알고 있는 사이라 정성 들여 얘기를 했지만 그게 그렇다고 꼭 더 잘 전달되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와 방송이라는 온도차가 존재했다. 이런 연예계 생리가 섭섭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인정하게 되더라. 아, 연예계는 원래 이런 로직으로 굴러가는 거였지.”
 
-그러면 앞으로 연예 정보프로그램은 하지 않을 예정인가.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건 한계가 있었다. 속 깊은 이야기를 방송에서 할 수도 없고, 한다고 다들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워낙 많은 곳에서 다루다보니 비슷비슷한 얘기를 다른 각도로 얘기하는 것도 지겹게 비춰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하면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얻었고 감사한 일이 많았다. 결국 비슷한 제안이 오면 또 생각해볼 거 같다. 어찌나 귀가 얇은지...주변에 깜박 넘어가 산 영어 교재가 산처럼 쌓여있다, 하하.”
 

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도 진행하는데.
“오후 4시 5분부터 6시까지 하는데 이제까지 했던 시간대와 달라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사람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에 맞는 목소리 톤과 호응이 필요하더라. 사실 나란 사람이 아주 밝거나 매우 활발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직업을 갖고 그런 일을 하다 보니 그게 내가 되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의외다.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일 거 같은데.
“내가 즐겁지 않으면 나를 보고 있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아무리 개그를 하고 웃긴 것처럼 행동해도 하는 사람이 진짜로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직업을 사랑한다. 즐기고 싶은 본능이야 말로 내가 힘든 시기를 견디고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선물같은 존재였다.
 
- 그래서 그런지 함께 있기만 해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한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따위를 말이다. 이렇게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니 자존감이 회복되더라. 그래도 명색이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인데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이렇게 스스로 회복하고 나니 나에게 닥치는 일들을 훨씬 감당하기가 쉬워졌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훨씬 편한 마음으로 일한다.“
 

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그래도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가장 싫었다. 안 지나가는데 자꾸 지나갈꺼라고 하니 원. 또 자꾸 ‘힘내라’고 그런다. ‘괜찮아질 것’이라고도 희망고문을 한다. 하지만 이런 거 보단 곁을 지켜주는 게 중요하다. 사실 힘든 사람은 이미 대충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만 일어날 힘이 없을 뿐이다.”
 
-곁을 지켜주며 힘을 준 사람들이 있었나.
“물론이다. 함께 한 개그맨 동료들은 물론 친구들 가족들 모두 그랬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다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안된다. 동정의 시선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들에 상처받을 수 있지만 그걸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주변사람들에게 의지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거든.”
 
-지향하는 삶이란.
“그냥 즐겁게 살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면서. 이런 나의 삶이 또 누군가를 안아주고 보다듬어줄 수 있는 힘이 된다면 그 또한 감사한 일이고.”

유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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