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주열 “내외금리차 확대가 금융불안의 주 원인은 아냐”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당초 10월 인상론과 11월 인상론이 대두됐으나 10월 수정 경제전망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했을 때 10월은 아직 이르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운 모습이다. 이제 눈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다음 달 30일로 쏠리게 됐다.

한은은 18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1.25%→1.50%)한 이후 11개월째 동결이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인상 소수의견은 2명으로 늘었다. 지난 7월과 8월 금통위에서는 이일형 위원만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이 위원에 더해 고승범 위원도 합세했다. 그간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은 한은이 곧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높게 점쳐왔는데,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동결됐으니 결과적으로는 지난해와 같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11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11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동결 배경은

한은 금통위는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고용지표의 둔화세를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꼽았다.

고용 부분에서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야 금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설비 및 건설 투자의 조정이 지속됐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고용 상황은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소폭에 그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실물경기를 진단했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지표가 8월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일시적 효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 증가했다.

7월(5000명 증가)과 8월(3000명 증가)은 취업자 증가 폭이 연속 1만명을 밑돌면서 9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증가 폭도 개선됐다. 그러나 4만5000명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낮은 증가 폭으로 여전히 상황이 좋지는 않다는 것이 통계청의 평가다.

2018~19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크게 떨어졌다. 올해 1월 전망치는 30만명이었는데, 4월과 7월엔 각각 26만명과 18만명, 이번엔 절반인 9만명으로 줄었다. 한은은 내년에도 연간 취업자 수가 16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1998년 6월 이후 최장기 감소 행진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시장의 예상대로 내려갔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기자단 워크숍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조정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성장률을 내려도 금리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으나 결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올해 2.9%, 내년 2.8%에서 각각 2.7%로 고쳐잡았다. 한은은 당초 이 수치를 3.0%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7월에 0.1%포인트 낮춘 2.9%로 수정했고 석 달 만에 다시 조정했다.

최근 불거진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지적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10월에는 인상을 건너뛰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압력에 의한 금리 조절이 아닌, 한은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임을 보여주는 액션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한은은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제 공은 11월 금통위로

이제 공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다음 달 30일로 넘어갔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융불균형 누적’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는 점,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빠르다는 점, 이미 벌어져있는 한미 금리 차가 오는 12월 또 한 차례 확대될 전망 등이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신중히 판단하겠다’던 입장에서 ‘신중’이라는 단어를 뺐다.

만약 한은이 경기하강 등의 이유로 다음 달에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국내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 2.25%(2.00%~2.25%)인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한미 금리차는 현재 0.7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확대된다. 한미 금리 차 확대가 곧바로 자금 유출을 촉발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차이가 벌어지고 금리 차 역전 기간이 길어지면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 확대가 금융불안의 주된 원인이지 않냐는 질문에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국가 대부분은 미국보다 금리가 훨씬 낮다”며 “이를 고려할 때 미국 금리차가 금융불안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12월에 올리고 내년에도 인상기조를 지속하면 이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할 영향성이 있고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내외금리차 그 자체가 금융불안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들 “10월 금통위, 인상과 같은 동결”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11월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더욱 명확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보다 금융안정에 유의하겠다는 통화당국의 입장 표명에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따른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통위는 비교적 분명히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금리인상 소수 의견이 2인으로 늘어난 점, 성장률 전망 하향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경기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10월 통방문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백 연구원은 “10월 통방문에서는 기존에 쓰이던 일부 단어나 문구가 삭제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책방향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신중히’와 ‘추가’라는 단어가 삭제되고 국내 경제 진단과 관련해서는 ‘견실한 성장세’라는 문구가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는 문구로 변경되는 등 문구만 놓고 보면 성장과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및 물가보다는 가계부채 급증에 의한 금융불안 리스크 요인의 발현을 막기 위한 거시 건전성 정책 차원의 기준금리 인상이 11월에 재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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