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그룹, 디스커버리 독립경영 아냐…'따로 또 같이'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최태원 SK그룹의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가 케미칼 지분 30%을 확보해 독자경영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SK케미칼 지분 30% 넘겨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SK케미칼 지분 4만5000주를 사들여 지분율 30.14%를 넘겼다.

재계 안팎에서는 수년 전부터 최태원·재원 형제와 사촌(최신원. 최창원) 간 계열 분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된 계열사는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비롯해 SK가스, SK신텍, SK플라즈마 등을 지배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최창원 부회장으로 7월 12일 기준 37.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요건도 충족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보유해야 할 지분율을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이다.

공정거리위원회는 지주사의 상장사, 비상장사 의무보유 비율을 각각 10%포인트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약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의 지주사로서 갖춰야 할 의무는 문제가 없다. SK㈜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SK건설만 정리하면 사실상 계열 분리가 가능한 셈이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연합뉴스

◆SK그룹, 최창원 부회장 독립 가능성 낮아

그러나 SK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창원 부회장의 독립 가능성을 낮게 봤다. LG가처럼 사명까지 변경한 것도 아니고, 오너일가 중 최태원 회장을 위협할 대주주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LG그룹의 경우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계열사를 분리해왔다. 구인회 초대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 구광모 회장까지 4대를 이어온 전통이다.

LG그룹은 LIG그룹, LS그룹, 아워홈, 희성그룹 등 수많은 회사로 쪼개졌으며, 2005년 사돈관계에 있던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도 이별했다. 

또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인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부회장은 지분이 거의 없거나 미비하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만 7%가량 갖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 분리라는 것은 독립 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며 “최신원 회장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SK네트웍스 지분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가 독립 경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LG나 삼성, 신세계, CJ 등처럼 이름을 바꾼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SK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서 독자경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따로 또 같이’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17일부터 제주도에서 ‘뉴 SK를 위한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 실행력 강화’를 주제로 CEO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장, 계열사 사장, 임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최신원 부회장은 대한펜싱협회 일정이 겹치면서 불참했다. 그는 해당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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