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마몽드·라네즈·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브랜드 고전
LG생건 ‘후’·아모레 ‘설화수’ 등 중국 매출↑
업계 관계자 “중국 의존 말고 수출망 다각화해야”
화장품 로드숍이 늘어선 명동거리/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수출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한국 중저가 브랜드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 호황’은 끝났다는 분석과 함께 ‘포스트 차이나’를 찾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중국 내 오픈했던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사드(THADD) 보복 이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와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중국 당국 규제가 강화되며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 매출도 큰 회복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화장품 업계도 ‘중국 호황’은 끝났다는 분위기다.

화장품 유통업에 4년째 종사 중인 이모씨(28)는 “중국 수요가 크게 줄어 미국과 일본 등으로 거래처가 많이 바뀌었다”며 “사드로 인해 중국에 한국 제품이 공급되지 못한 사이 이를 대체할 현지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고, 일본 등 다른 국가 제품들도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국내 브랜드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7%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에는 한 자릿수 후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성장추세지만 중국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특히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등 중저가 브랜드들이 매출 하락세를 타고 있다.

KB증권 추정치에 따르면 마몽드는 2016년 1530억원에서 2017년 1120억원으로 매출이 2년 연속 하락했고 라네즈도 2년 연속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다.

더페이스샵은 2016년 850억원에서 2017년 510억원으로 매출이 38% 줄었다.

지난해 사드로 인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클리오는 올 2분기에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 내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화장품은 중국 내에서 믿을만한 제품으로 통했다. 고가, 저가할 것 없이 한국 브랜드라면 중국인의 환영을 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중국 소비자들 구매력 증가와 함께 입맛도 바뀌면서 고가 제품은 점점 잘 팔리는데 비해 잘 나가던 중저가 제품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후(좌), 설화수(우)/사진=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실제 고가 브랜드인 LG생활건강 ‘후’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중국에서 점점 잘 나가는 제품이다.

후는 올 2분기 중국 내 매출이 71% 증가하면서 분기 최초로 1000억원을 넘었다. ‘숨’ 등 다른 고가 라인 화장품 성장률도 87%에 달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 또한 설화수 매출 호조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브랜드들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저가 브랜드 ‘로레알파리’, ‘메리케이’ 등은 매출이 하락하고 고가 브랜드 ‘랑콤’, ‘에스티로더’, 'SK-Ⅱ'의 매출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인들 사이 한국 제품은 ‘고품질 제품’으로 통했다면 지금은 이러한 인식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한국 제품 외 다른 국가 제품을 사용해본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고가 제품을 찾는 중국인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만 의존하면 국내 화장품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업계에서도 중동, 신흥국 등으로 수출망을 다각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