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테더=1달러' 공식 무너져...테더 가격 90센트까지 밀려
테더 발행사와 비트파이넥스 의혹도 풀리지 않아
제미니달러 등 경쟁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동 움직임도
테더(USDT)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된 페그코인이다.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테더의 가격 공식이 깨졌다. 일각에선 테더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른 코인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테더(USDT)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초 가상화폐 판을 뒤흔든 테더 사태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거짓 발행을 통한 가상화폐 가격 부풀리기와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와의 유착 등 여전히 테더에 대한 의혹은 반복되고 있다. ‘1테더=1달러’의 공식마저 깨지며 테더 외의 대안 코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테더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2% 내린 97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1일 1달러 2센트까지 오른 테더는 15일엔 93센트까지 밀리며 7% 가까운 변동폭을 보였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에서는 이보다 낮은 90센트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2017년 4월 27일 이후 18개월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후 테더는 16일 98센트까지 올랐지만 이날 다시 97센트 선에 머무는 중이다.

◆ ‘1달러’짜리 테더, 페그코인의 위력

1달러도 채 되지 않는 테더 가격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테더가 페그 코인(Peg Coin)이기 때문이다. 페그코인이란 실제 통화 가치에 연동돼 움직이는 가상화폐로 테더의 경우 미국 달러와 1:1 비율로 1테더 당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최근 4년간 테더 가격 그래프가 1달러에서 거의 직선에 가까운 모습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페그코인인 테더는 가상화폐 거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테더를 이용해 다른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환율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현지 통화와,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 대신 가격이 1달러 내외로 안정적인 테더를 이용하고 있다.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어 수수료 부담도 없다. 사실상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테더의 4년 가격 차트와 최근 일주일 간 가격 차트 비교. 4년동안 1달러에서 거의 직선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던 테더는 최근 일주일 새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실제로 테더는 가상화폐 거래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현재 비트코인 거래에 이용되는 마켓 중 1위는 비트멕스(BitMEX)의 달러마켓이고 2위는 비트포렉스(BitForex)의 테더마켓이다. 상위 10개 마켓 중 테더마켓만 6개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테더의 성격 때문에 시장 ‘흔들기’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테더 가격이 7% 내린 지난 15일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2시께 6303달러에서 오후 4시께 6948달러까지 치솟았다. 2시간만에 600달러가 폭등한 것이다. 테더 가격이 내린만큼 테더로 다른 가상화폐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며 순식간에 가격이 크게 뛰는 식이다.

◆ 테더 발행사 테더 리미티드, 그리고 비트파이넥스 거래소

올 1월말 가상화폐 판을 뒤흔든 ‘테더 사태’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테더의 발행사인 테더 리미티드(Tether Ltd.)가 테더 발행량과 비례하는 달러를 실제로 보유했느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테더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의 유착설 등이 시장에 빠르게 번졌다.

비트파이넥스는 자회사인 테더 리미티드를 통해 테더를 발행하고 있는 거래소다. 지난해 12월 테더 발행량을 크게 늘렸고 그 당시 테더 거래 대부분이 비트파이넥스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은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턱밑까지 치솟으며 전세계에서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던 시기다.

문제가 커지자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31일 테더와 비트파이넥스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자들을 소환했고 지난 2월 6일 상원 청문회에서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등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테더 리미티드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로펌 FSS(Freeh Sprkin & Sullivan, LLP)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보유 계좌의 달러 잔액과 테더 발행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기준 테더가 거래해온 은행 잔액은 A은행 19억6853만달러, B은행 5억7652만달러로 총 25억4505만달러로 집계됐다. 당시 테더 발행량은 25억3809만USDT로 테더 측이 충분한 달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 “테더 못 믿는다” 경쟁 스테이블코인 주목

최근 테더 가격이 내린 이유로는 테더 발행사인 테더 리미티드가 주거래은행을 옮겼다는 점이 꼽힌다. 테더 리미티드는 이날 주거래은행을 기존 푸에르토리코의 노블은행(Noble Bank)에서 바하마의 델텍 은행(Deltec Bank)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테더를 예치한 은행을 바꾼 데에는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테더를 매도하며 테더 가격이 내린 것이다.

한편 테더 위기와 함께 테더와 경쟁하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테더처럼 고정비율을 적용해 가격 변동이 적은 코인으로 현재 제미니(Gemini) 거래소의 제미니달러(GUSD), 팍소스의 팍소스 스탠다드(PAX), 서클의 트루유에스디(TUSD) 등이 상장돼 이용되고 있다.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렉스 소코린 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더와 같은 코인의 붕괴는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가격과 유동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부풀려진 수요가 아닌) 실제 수요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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