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할리우드에만 국한된 줄 알았던 크리처 영화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천만영화 ‘부산행’(2016년)의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좀비’ ‘괴수’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 중이다. 전 세계 19개국 동시 개봉을 앞둔 ‘창궐’부터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가제)까지 국내에서도 크리처물 시대가 활짝 열렸다.

■ ‘괴물’로 열린 韓 크리처물의 가능성

사실 한국 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린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이다. 한강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당시 1091만7224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괴수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릴과 드라마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괴물’의 흥행 여파를 노려 ‘차우’(2009년) ‘7광구’(2011년) 등 크리처물이 개봉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차우’는 크리처가 아닌 코미디라는 혹평을 받았다. ‘7광구’ 역시 의욕만 앞섰다는 평가와 함께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흑역사’로 불렸다.

다시 물꼬를 튼 건 총 1156만6874명의 관객을 모은 ‘부산행’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사회고발 성향을 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연상호는 국내에서 비주류로 여긴 좀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형 좀비물임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평가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불거진 참사를 조화시키며 오락영화로 만들어냈다.

■ ‘비주얼 완벽’ 크리처물, 아직 갈 길은 멀다

영화 '물괴' 스틸./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최근 추석 시즌 개봉한 ‘물괴’ 역시 국내 최초 크리처 액션 사극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작진은 조선왕조실록에 쓰인 기록을 바탕으로 괴물 ‘물괴’를 만들었다.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괴수의 비주얼은 화려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그러나 크리처의 완성도와 별개로 허술한 스토리와 부족한 개연성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다. 총 제작비 125억 원이 투입됐으나 손익분기점(300만 명)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72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현빈, 장동건 주연의 ‘창궐’ 역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크리처 사극이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다.

지난 1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창궐’은 좀비를 변형한 야귀(夜鬼)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CG(컴퓨터 그래픽)로 재탄생된 ‘야귀 떼’들의 공습은 공포감과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제작하고 출연한 좀비물 ‘월드 워Z’(2013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여러 작품을 연상케 하는 클리셰의 반복과 독창적이지 못한 주인공 캐릭터들의 모습이 진부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락적 재미는 충분하나 서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한국형 크리처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도 제작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의 속편으로 좀비 바이러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부산까지 좀비가 출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을 목표로 현재 프리 프로덕션 진행 중이다. 배우 강동원이 주인공 역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탄생하는 크리처물 영화는 획일화된 한국영화 시장에 다양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우리가 상상했던 판타지가 스크린을 통해 표현된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라며 “괴수와 인간에 대한 스토리의 확장성이 오락적인 재미를 주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크리처 영화라 할지라도 비주얼에만 힘을 쏟고 스토리가 허술하다면 관객에게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형 크리처물이 대중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시각적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비주얼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탄탄한 스토리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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