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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네이버가 ‘액면분할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액면분할 이전부터 3분기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7월 보통주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을 의결했다. 이에 이달 8~11일 거래정지기간을 거쳐 12일 거래를 재개했다. 이로써 70만원대였던 주가는 10만원 대로 낮아졌다.

◆ 4개월 반 만에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9일 1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재상장 첫날인  12일 종가(14만2000원)보다 10.2%나 하락했다. 18일에는 장중 12만35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시가총액 규모 역시 거래 재개 직전 23조2000억원에서 19일 21조1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 17일에는 5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시총 22조원 선이 무너졌다. 또 이튿날에는 6월 7일 이후 4개월 반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 5월 액면분할을 단행한 삼성전자처럼 최근 네이버의 공매도 비중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거래량 기준 공매도 비중은 12일과 15일 각각 22.6%, 17.45%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공매도 비중이 17%를 넘은 거래일은 7월 5일(20.4%) 하루에 불과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 역시 액면분할 이후 공매도 세력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 비용 증가에 따른 3분기 실적 부진 전망

그럼에도 어두운 실적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네이버 3분기 실적의 시장 예상치는 연결기준 매출 1조4100억원, 영업이익 2500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6% 증가하고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19.2% 감소할 전망이다.

먼저 광고 부문과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 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둔화된다는 예측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부문과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 성장률이 각각 9.8%, 14%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용자가 직접 설정하는 ‘주제판’이 확대됐고 지난해 3분기보다 영업일수가 적어졌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또 네이버가 인공지능(AI)·핀테크(fintech) 등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일본 자회사 라인의 경우 현재 퍼포먼스 광고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황성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등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라인 관련 신사업 부담이 이어지는 중이다”라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9일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기존 19만2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낮췄다. 이문종 연구원은 “라인 주가 하락으로 인한 지분 가치 감소, 글로벌 인터넷 기업 주가 약세에 따른 포털 가치 하향 조정 등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내렸다”며 “큰 폭의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신사업에서 창출되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 앱 첫 화면 개편 관련 우려 해소

다만 전문가들은 광고 매출 감소 우려가 제기됐던 ‘네이버 앱’ 첫 화면 변화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네이버 커넥트 2019’ 행사를 열고 앱 첫 화면에 뉴스·실시간 검색어 등을 제거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즉 구글처럼 검색창만 남겨 놓는 셈이다. 

첫 화면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면 뉴스·실시간검색어 등 기존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로 구성된 ‘이스트 랜드(East Land)’가 펼쳐진다. 또 왼쪽으로 넘길 경우 유행판·랭킹템 등 쇼핑 서비스 중심의 ‘웨스트랩(West Lab)’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는 웨스트랩을 통해 커머스(commerce)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식 서비스는 올해 안에 시작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이용자들이 새로운 화면에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따라 향후 실적이 달라지겠지만 시장의 우려보다 트래픽·광고 매출 감소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4분기부터 중소상인들까지 확대된 쇼핑검색광고의 성장이 계속되면서 커머스 플랫폼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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