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한지민은 연예계를 대표하는 선행의 아이콘이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 중이기도 한 한지민이 거리 모금에 나선 지 14년째다. 지난 2004년 노희경 작가, 배우 배종옥과 함께 사회봉사모임 ‘길벗’을 꾸려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이브에 명동 거리로 나가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에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한지민이 영화 ‘미쓰백’을 통해 아동학대 문제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한지민은 주인공 백상아를 맡아 이전에 본 적 없는 거칠고 파격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는 “개인적인 연기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동 학대 피해자인 백상아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미쓰백’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미쓰백’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결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백상아의 행동이나 몸짓 하나하나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왜 이렇게 백상아는 날 선 모습인지, 왜 사람들과 소통을 못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백상아의 어린 시절 전사를 많이 쌓아놓는 수밖에 없었다. 학대 받는 아이 지은(김시아)을 구하려고 하는 것도 마치 백상아의 과거와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백상아라는 인물이 너무 불쌍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서 보듬어주고픈 마음이 컸다.”

-백상아 역을 연기하기 위해 외형적으로도 많은 시도를 했는데.

“머리 탈색, 분장, 립스틱 등 ‘상아라면 이렇게 했을까?’라고 물으며 만들었다. 막연하게 세 보이기 위해 노란머리나 빨간 립스틱을 칠했다기보다는 화장기 없는 민낯에서부터 다크서클의 유형까지 연구했다.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랐겠지만 굉장히 작은 체구의 상아가 혼자 맞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너, 나 건드리지 마’라는 느낌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상아가 외형적으로 꾸미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일부러 맥주로 머리를 빤 듯한 머리색을 했다. 탈색만 하고 염색을 하지 않았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나.

“피부에서 다크서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워낙 주름이 잘 생기는 피부라 병원에서도 조심하라고 하는 편이다. 피부가 굉장히 얇은 편인데, 이 얇은 피부가 많이 도움이 됐다. 잡티도 여러 가지 유형으로 칠했다.”

-원래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

“아이를 막연하게 좋아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서 노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전공을 택할 때 아동학과를 갈까 노인복지를 갈까 고민하다가 사회복지로 택했다. 아이들을 좋아하다 보니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마다 분노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제도적이나 법적으로 아이에 대한 보호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들의 형량도 너무 가볍다.”

-거친 비주얼에 욕설, 흡연 연기까지 기존 이미지와 상반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대중의 시선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촬영할 때는 온전히 ‘미쓰백’ 그 자체를 표현하려고 애썼다. 백상아의 감정 상태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대중 분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질감은 연기로 메워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 많은 대중이 부담을 느끼곤 한다.

“마음이 불편한 건 이해된다. 보면서 감정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 문제는 사회나 어른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사회적인 이슈가 커질 때마다 뉴스를 보기 힘들지 않나. 그렇지만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생겨야 우리 사회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누군가는 아동학대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 ‘미쓰백’은 한지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 동안 너무 비슷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내가 색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작업은 영화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 현장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골랐다. 사실 ‘미쓰백’을 하고난 뒤 타이틀롤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느꼈다. 개봉을 앞두고 무게감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연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영화배우로서 타이틀롤을 맡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그 정도 그릇이었는지 생각하면 참 부족하기도 하고.”

-청순하고 맑은 이미지에 대한 답답함을 느낀 적은 없나.

“20대 초반에는 현장에 덩그러니 있지도 못한 아이였다. 정말 바보 같을 정도로 맑았다. 그러다 ‘청연’(2005년)이라는 작품을 하고 바뀌었다. 윤종창 감독님의 디렉션을 들으면서 ‘나도 드디어 연기라는 걸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사실 내 이미지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는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내 이미지는 이렇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연기적으로 갈증을 푸는 것이다. 착한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10년 넘게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꾸준히 하는 원동력이 있나.

“처음에는 보여주기 식으로 보일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어느 덧 10년 넘게 기부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소리치는 한 마디가 자원봉사자 분들이 소리치는 것보다 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대중들도 ‘길벗’이라는 단체에 대해 알고 있다. 1년에 꼭 지켜야 하는 두 번의 약속이다. 사실 배종옥 선생님과 노희경 작가님 다음에 이 모임을 이어갈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모금액이 늘어갈 때마다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뿌듯하다. 어떤 스케줄이 있어도 이 스케줄은 꼭 소화한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