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편집자] 가수 구하라와 전 연인 최모씨의 폭행사건으로 촉발된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서 급기야 청와대가 나섰다. 그간 계속 문제제기가 있어 왔으나 개인의 사생활이라 치부하며 처벌에 미온적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라도 다행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뒷맛을 어쩌지 못하겠다. 피해를 당한 일반인들의 하소연에는 귀 닫고 있다가 유명 여자 연예인의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되고 대중들의 공분을 사기 시작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하게 되니 본격적인 행동개시에 들어간 모습이 개운할리 없지 않은가. 마치 한바탕 요란스러운 진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 제도 마련에 대한 통과의례인 것만 같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 들끓는 국민정서가 해결의 단초를 제시한 셈이다. 

최근 한 여성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전 남자친구를 고소했지만 전 연인은 벌금형만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자신을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어 이 남자, 또다시 영상을 퍼뜨렸단다. 리벤지 포르노로 시작된 제 2의 리벤지인 셈이다. 느슨하기 짝이 없는 처벌과 끝나지 않고 계속 될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 여성의 인터뷰는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사진 = 네이버 캡쳐 (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 #1)

불법촬영은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 불법 유포는 징역 3년, 현행법의 처벌 규정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최근 5년간 관련 범죄는 급증해 지난해만 하더라도 5400여건에 육박했으나  그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아 징역형을 사는 경우는 7.2%뿐이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법 따로 처벌 따로’ 아닌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리벤지 포르노, 그러나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가해자에게 죄의식조차 심어주지 못한다. 유포될 경우 예측 불가능한 파급력으로 피해의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범죄에 역행하는 처벌수준이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됐다. 실제로 피해자의 5% 가까이는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보복성 동영상에 대한 ‘법정 최고형 구형’이란 카드가 공염불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잊힐 권리를 지켜준다는 ‘디지털 세탁소’가 등장하긴 했지만 유포된 동영상을 온전히 삭제하기란 불가능하다. 개인 SNS를 통한 공유까지 차단할 방법은 속수무책. 불특정 다수가 리벤지 포르노의 관찰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인간의 내밀한 욕망 중 하나인 관음증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명 구하라 사건으로 시작된 보복성 동영상에 대한 대중의 강력처벌 요구가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구하라 영상’을 찾는 이들 역시 많았다고 한다. 현실은 이처럼 동전의 양면같이 앞과 뒤가 다르다. 

어쩔 수 없다. 근본적인 예방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성관계 영상을 찍지 않는 것뿐. 연인 사이에 좋았던 감정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별 후 굳이 보복의 성격을 띠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의 수리, 해킹, 분실에 따른 유출까지 막을 도리는 없다. 누군가 나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디지털 성범죄는 철저한 관리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한 번 유포되면 불특정 다수는 ‘공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관음증을 부채질한다. 안타깝게도 이와 동시에 피해자의 잊힐 권리는 망각된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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