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태광그룹 "접대 인정하지만 목적을 갖고 진행한 것 아냐...조언 구했을 뿐"
체육회 "평소 친분있는 인사와 운동...태광그룹과 연관짓는 건 억울"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태광그룹의 골프장에서 고위 인사를 접대하는 등 정재계 로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야당 총재 비서관과 사업가로 활동하며 풍부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는 이 회장이 태광그룹을 통해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부적절하게 접촉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체육단체를 이용해 고위 관료와 접촉한 이 회장과 다양한 인맥을 거느린 체육계 수장을 통해 전방위 골프 접대를 펼친 태광그룹간 커넥션의 실체가 무엇인지가 초미의 관심이 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태광그룹의 골프장에서 고위 인사를 접대하는 등 정재계 로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MBC, 최근 5년간 접대 리스트 공개…정관계 고위 인사 대거 포함

MBC는 지난 21일 "태광이 운영하는 초호화 골프장(휘슬링락CC)에서 전방위 접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근 5년간 이루어진 접대 리스트를 단독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김수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태희·허태열 전 대통령 실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이 10차례 이상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귀남 전 장관과 이기흥 회장은 올해 7월15일 함께 골프를 즐겼는데 비용 208만원 가운데 150만원은 태광 측에서 대신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수일 전 부원장 역시 올해만 9번이나 골프장을 찾았으며 두 번을 빼곤 모두 태광 측에서 비용을 지불했다. 그 중 하루는 단돈 1500원만 내고 골프를 즐겼다. 

◆ 로비 중심에 선 이기흥 회장, 야당 총재 비서관·사업가 출신 '체육계 대표 마당발'

MBC 보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통해 정관계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현 한경대 총장),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종훈 전 국회의원,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라운딩 예약과 결제를 책임졌다. 지난해부터 이들에게 들어간 비용만 약 800만원에 달한다.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골프를 한 번 치는 데 들어가는 비용(4인기준)은 대략 170만원선이다.  휘슬링 락CC 이용권은 13억원에 달하는 회원권을 구매한 사람이거나 태광그룹 내부 계열사에서만 거래되는 상품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실제로 태광 측 역시 골프장 이용권에 대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부에선 유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장 회원도 아니고, 내부 계열사 직원도 아닌 이 회장이 골프장을 예약하고 비용을 직접 지불했다는 것은 태광으로부터 접대받은 이용권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접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태광과 정재계 인사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골프장 이용과 관련해 태광그룹 경영전략실 실장과 휘슬링 락을 운영하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 대표인 김기유 사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동국대 동문인 이 회장은 같은 종교(불교)를 가져 친분이 있다고 밝혔을 뿐 대금 결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지난 1985년 이민우 신민당 총재 비서관을 지내며 정계에 발을 내디뎠고, 4년 뒤에는 레미콘 제조업체인 우성산업개발을 설립하며 재계로 인맥을 넓혀갔다. 

이후에는 체육계와 불교계로 진출했다. 2010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같은해 대한수영연맹 회장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거쳤고,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선수단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2016년에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선임됐는데 정계, 재계, 체육계, 종교계 등에서 쌓은 다양한 인맥이 선임 배경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종교 자문위원회 모임"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태광그룹 측은 "평소 친분 깊은 인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자리"라고 해명했다. /사진=MBC 방송 캡처

◆ 골프장 로비, 태광그룹·이기흥 회장 모두에게 '윈윈'

이 회장이 골프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태광 측이 이 회장을 통해 전현직 고위직 인사들과 접촉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으나 임태희 전 비서실장등 이명박(MB)정부시절 고위직까지 접대한 이유가 불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인맥을 중시하는 이 회장이 초호화 골프장에서 공짜 골프를 치며 재계, 정계, 법조계 등 고위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인맥까지 다질 수 있었기에 태광의 접대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너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태광 측은 풍부한 인맥을 자랑하는 이 회장을 통해 고위 관료와 접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호진 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구치소에 있었던 기간은 63일에 불과했다. 간암 치료를 이유로 7년째 병보석으로 병원과 자택을 오가고 있는 만큼 `회장 구명` 차원에서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장과 태광의 접근과 로비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태광그룹은 지난 2014년 경영기획실을 신설해 감사, 법무, 대관 등에 필요한 인력을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병보석 기간중에 이 회장의 형량과 벌금도 4년6개월·20억원에서 3년6개월·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때문에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과의 커넥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귀남 전 장관의 경우 2010년 당시 이호진 회장이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어서 개연성이 있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 태광그룹 "접대 인정하지만, 혜택 바라지 않았다"...체육회 "종교 자문위원회 모임일뿐…억울하다"

태광그룹 측은 이번 로비와 관련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진행한 접대는 아니며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확인한 바로는 특별한 목적을 바라고 접대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현재 회장님이 구속중인데 왜 전직 관료들과 접촉하겠나. 단지 조언을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과 골프를 친 것"이라고 밝혔다. 태광은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오랜동안 집중적인 감시를 받았던 전력이 있어, 회장 구명을 위한 정관계 로비를 적극 했을지 불분명하다.

이 관계자는 이기흥 회장과 관련, "(김기유 사장과)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골프 이용권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배포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광 측은 현재 MBC에서 방송한 내용에 대해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으며 개인 정보까지 모두 포함돼 있어 해당 제보자에 대한 법적 검토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에서 보도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진상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김영란 법 위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회사 관계자가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이 회장에게 상품권을 제공한 것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골프장 이용권은 이 회장과 함께 불교 신도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유 사장이 신도들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접대'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함께 라운딩을 즐긴 고위 관료들 역시 종교 자문위원회에서 친분을 쌓은 인물로 로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거론된 인사(이귀남 전 장관) 역시 자문위원회 고문으로 이 회장과 평소 친분이 깊으며 순수하게 취미활동을 함께 즐긴 것 뿐"이라며 "언론에서 무리하게 태광그룹과 연관 지으려고 한 것 같은데 대한체육회로선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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