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가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추진 중인 가운데, 미래 먹거리 발굴 및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기여 등을 목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안 발표했다. 골자는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고용하는 것이다.

◆ 사업부문별 투자계확안 제시…유통·화학 집중

롯데그룹은 2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원 주간회의를 열고 유통, 화학·건설,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계획안을 확정했다.

투자 비중은 화학·건설이 40%로 가장 크다. 유통과 호텔·서비스는 25%, 식품은 10% 등이다. 연도별로 첫 해(2019년)에는 약 12조원을 투자한다. 국내 유화사를 인수했던 2016년 투자금액이 11조200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유통 온라인 사업 역량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물류인프라 역시 개선할 예정이며,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쇼핑몰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식품 부문에선 트렌드 분석 및 신제품 개발을 적극 실행하기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감지하기 위한 제품 개발도 개선한다.

화학 부문은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와 울산, 대산 지역에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 더불어 해외에 대규모 설비 투자도 진행한다. 원료 지역 다변화를 이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관광 및 서비스 부문의 경우 국내외 사업을 지속 확대하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한다. 여기엔 해외 M&A도 포함돼 있다.

롯데는 대규모 투자계획과 함께 향후 5년간 7만명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경영 정상화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내년은 올해보다 약 10% 증가한 1만3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유통 부문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에서 많은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6년 5년간 40조원 투자, 7만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지난해 법정 구속되면서 추진력이 약화됐다. 무엇보다 오너의 영향을 많이 받는 M&A의 경우 올해 10여건 정도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오너 복귀한 롯데, 삼성 절차 따라가나

롯데의 이번 대규모 투자·고용계획이 삼성과 닮은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삼성은 18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4대 미래 성장사업(AI, 5G, 바이오, 전장부품) 육성, 중소기업 협력 확대,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2020년까지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투자한다. 게다가 4만명의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들의 투자를 두고 대외적 신뢰 회복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 회장은 전 정권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는 등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반면 재계 관계자들은 두 그룹의 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에 대해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롯데나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SK, LG,한화 등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대동차그룹은 5년간 23조원 투자, 일자리 4만5000개 창출을 약속했다. SK그룹도 올해 27조원5000억원, 향후 3년간 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어 3년간 2만8000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덧붙혔다. GS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를 통해 2021년까지 전남 여수공장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연간 인원 260여만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진다. 이외에 한화, 포스코, KT 등 기업들도 각각 22조, 45조, 2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투자계획 발표 후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신 회장은 도쿄 일본 롯데홀딩스를 찾아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을 만나 현안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경영복귀 이후 신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대면하는 첫 자리인만큼 롯데지주사 전환작업 등 주요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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