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술을 파는 기업 만들고 싶어 사업 시작"
창업 2년만에 시장·정부로부터 기술력 인정받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상대 업체 기술에 대해 굉장히 낮게 평가하는 것을 느꼈다”

23일 인천 지식산업단지에 위치한 GSC 본사에서 만난 유태환 대표는 “반면 엔지니어들은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팬택에서 핸드폰 엔지니어로 일했던 유 대표는 코스닥 상장 법인인 에이스테크놀로지에서 이른 나이에 전장사업 본부장을 지내며 차량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 유 대표는 엔지니어와 기술 부문 임원으로 일하면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과 엔지니어들이 제대로 된 기술을 개발할 수있는 여건이 부족한 현실과 마주했었다.  

유태환 GSC 대표./사진=박재형 기자

그는 “국내 기업들이 이슈에 너무 치우쳐 개발을 하다보니 해결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들은 휴대폰부터 자동차까지 ‘더 빨리’, ‘더 작게’, ‘더 싸게’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에 산업 선도형 원천기술 개발에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 작게, 더싸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트렌드만 쫒다보니 신기술 개발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연구개발(R&D)시장의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예컨대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우선 경쟁사 제품을 분석해 해당 제품이 당장 그 제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만을 개발 목표로 정한다는 것이다. 일단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이 개발돼 시장에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품이 개발되면 이후에는 추가 개발에 대한 지원을 끊는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해도 당장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이 개발됐기에 추가 투입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해외기업은 현재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도 더 나은 수준으로 가기 위한 개발을 지속한다.

유 대표는 “이런 사례들이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라면서 “기업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제조업에 치중하고 현안에 따라 모든 인력과 자원을 투입시켜 개발을 지속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눈앞에 있는 문제에 치우쳐 멀리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반면 국가 기관 등은 실제 시장에서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학문적인 개발을 하고 있는 괴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개발성향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당장 시장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미래를 지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는 “이런 문제에서 착안해 ‘좋은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자’ 라고 생각했다”며 “고객이 원하는 기술,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멀리 내다보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 소개로 알게 된 엔지니어 6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멤버들은 전원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동 통신이나 차량 관련 개발 경험이 있었다.

◆대기업, 정부로부터 기술력 인정받아

유 대표와 직원들이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맡은 일은 차량을 제조하는 대기업이 의뢰한 프로젝트였다. 해당 대기업은 당시 저가 차량 모델에 고가의 레이더 안테나를 장착해 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차량은 인기를 끌었고 많은 고객들이 차량을 구매했다. 하지만 레이더 안테나에 대한 오작동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많은 만큼 오작동이 발생하는 빈도수도 늘어났다. 해당 기업은 지에쓰씨에 오류 개선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유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했다. 원인은 레이더 안테나 제품에 비해 주변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서 발생했던 것이다. 지에쓰씨가 분석한 원인은 주효했고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다.

유 대표는 “우리가 맡은 첫 프로젝트였지만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그러고 나니 다른 기업들에서도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TV,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안테나 제품의 개발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지에쓰씨가 업무를 시작하고 1년 만에 10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하고 3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해 1월부터는 국책과제 연구개발에도 선정됐다. 현재까지 총 3건의 국책과제에 선정된 지에쓰씨는 ‘차세대 차량용 통합 안테나’, ‘다기능 모션인식 시스템 및 근거리 움직임 탐지 레이더’, ‘77GHz 밀리터리 웨이브 차량용 레이더 안테나’ 등을 개발 중이다.

유 대표는 “올해만 3개 국책과제에 선정된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차세대 차량용 통합 안테나를 개발하는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 창업과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선정됐다”고 말했다.

평소 외주개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한 국내 대기업과의 연구 개발 진행도 지에쓰씨가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 중 하나다. 유 대표는 “기술유출을 우려해 외주개발을 진행한 적이 없었던 대기업이 우리 회사가 최초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다”며 “지에쓰씨가 정부와 시장에서 기술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현재 좋은 기술, 앞서가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기술들은 지금 당장 활용가치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외주 개발을 의뢰해도 다른 업체는 지금 당장 연구개발을 시작해 최소 1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개량해 즉각 적용할 수 있어 연구개발 속도가 확실히 빠르다”고 강조했다.

지에쓰씨는 현재 윤영중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차량 자율주행과 관련된 프로젝트다. 유 대표는 “윤 교수님은 한국전자파학회 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안테나, 전자파에 관한 권위자다”며 “그런 분이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시면서 먼저 연락을 주시고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점은 ‘직원’

유 대표에게 지에쓰씨의 다양한 장점 중 가장 뛰어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지에쓰씨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자산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직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건이 좋지 않은 환경이고 급여와 복지가 부족하지만 직원들이 항상 노력하고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통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을 진행중인 GSC 직원들./사진=박재형 기자

이어 유 대표는 “자기와 타협하지 않고 현재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발적으로 해외 논문을 찾고 서로 기술 워크샵, 세미나를 하는 직원들이다”며 “실력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들이 곁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유 대표는 직원들이 창업초기부터 함께 너무 많은 고생을 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 때도 많다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과 무슨일이 있어도 항상 같이 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유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하면서 ‘롤모델(role model)’로 삼은 회사가 있다. 유 대표는 “독일에 있는 한 업체는 R&D만으로 연간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벌어들인다”며 “제조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도 시장의 니즈(needs)를 충실히 반영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끊임없이 개발해 발전을 거듭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대표의 목표는 롤모델인 독일 기업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기술로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 기술은 지에쓰씨에 의뢰하면 다 해결 된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매출이라는 수치달성만 목표로 하기보다 고객과 시장이 항상 찾아주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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