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산업은행이 한국지엠(GM) 지원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한국지엠의 분할계획이 이미 회의 주재로 등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은이 사전조치를 하지 못한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지원 결정 당시 총 14번째 회의 가운데 13번째 회의에서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분할’ 계획을 회의 안건으로 삼았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4월 말 협상 말기에 제너럴모터스(GM)에서 법인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산은과 마지막 날(이 점을)거론했지만 우리는 거절해서 (기본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산은이 한국 지엠의 법인분할 계획을 발표가 있었던 지난 7월이 아닌 지난 4월부터 법인분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산은은 이 와중에도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17개 특별결의사항에 법인분리와 관련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 지엠의 먹튀 가능성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의 분리 계획을 회의 주제로 삼았음에도 별다른 사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 산은, 핵심기술 승계되는지도 몰라

여기에 산은이 한국지엠관련 사후적 대처에 미숙하다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한국지엠과 지엠이 공동개발한 기술이 분리되는 신설법인들에 승계되는지도 조차 산은이 명확히 알지 못해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공동개발 기술에 대한 승계와 관련해 “법적으로 승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에 대해 GM 측에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GM 부사장은 “CSA가 올해 말에 만료될 예정으로 현재 개정을 위해 협상 중”이라면서, “신설법인을 12월 3일 등기할 계획이어서 협상 만료 시점과 등기 시점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답해 CSA에 따른 한국GM의 기술 무상사용권 등의 권리가 분리된 2개의 법인에 모두 승계되는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질의를 한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CSA에 담긴 한국GM의 기술 무상사용권 등이 GM이 한국을 철수하게 될 경우 그 이후 한국GM의 독자적 경쟁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법인 분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특히 현재 CSA 개정 협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용분담협정(CSA)는 2006년 글로벌GM과 GM대우(현 한국GM)이 체결했으며, 2010년에 산업은행과 GM 간의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근거로 개정된 바 있다. 당시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CSA 개정의 성과에 대해 “GM대우가 독자적으로 장기 발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하면서 “기술소유권에 준하는 무상사용권에 합의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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