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농심 “제품은 고집을 부리되 마케팅·홍보는 현지화”
1999년 700만 달러에서 2018년 상반기 1억3000만 달러로 매출 증가
2018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북경 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 '제20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대국모습./사진제공=농심

[한스경제=김소희 기자] 농심이 중국 라면 시장을 겨냥해 중국의 국민스포츠인 ‘바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에 출시한 제품은 한국의 매운맛을 그대로 구현함으로써 차별화하는 반면, 광고나 마케팅 등은 철저하게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우선 반영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농심이 1999년 독자법인으로 중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당시 한국기원과 함께 창설한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다. 이는 중국 현지 정서와 문화를 접목하는 동시에 농심의 인지도와 신라면 브랜드를 부각시키는 대표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꼽히고 있다.

◆ 대국만으로도 수백억원 가치의 홍보효과…인기·매출 동반상승

신라면배 바둑대회는 세계 유일의 국가대항 단체전으로 제1회 대회부터 한국의 조훈현과 이창호, 중국의 마샤오춘과 창하오, 일본의 요다노리모토 등 세계 정상급 기사들이 대거 참가해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에서 치러지는 대국은 관전을 원하는 중국 소비자들로 대국장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는데,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신라면 소비로 이어졌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이 처음으로 우승했던 제9회 대회의 경우, 중국 전역의 언론사를 통해 집중 보도되면서 수백억원에 해당하는 마케팅·홍보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농심은 신라면배 바둑대회가 초창기 중국사업의 핵심적인 마케팅·홍보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대국장 인테리어를 비롯해 팜플릿, 제품전시, 기념품, 시식행사 등 농심과 신라면을 알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언론보도와 입소문 등의 광고효과는 특약점과 대형마트 입점 등 유통망 확대를 가져왔고 이는 곧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신라면배가 사업의 난관을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심의 중국법인 매출도 신라면배 바둑대회의 인기상승에 따라 지속 증가했다. 농심에 따르면 중국법인 매출은 1999년 700만 달러였으나 올해는 그보다 무려 40배 늘어난 약 2억8000만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7% 늘어난 1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누적매출은 농심의 해외법인 최초로 올해 상반기 2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농심은 현재 상하이, 칭다오 등 동부 해안 대도시에서 충칭, 시안 등 서부 내륙도시로 영업망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커지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적극 진출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 알면 재미있는 ‘신라면배 바둑대회’의 기록들

신라면배 바둑대회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회 치러지는 동안 재미있는 기록들이 나왔다.

최다출전은 이창호 9단으로, 그는 제1회 대회부터 제13회 대회까지 매년 출전했다. 특히 이창호 9단은 대부분 대회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최다연승은 중국 판팅위 9단의 7연승이다. 이는 제18회 대회에서 나온 기록으로 판팅위 9단의 활약으로 중국은 그 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한국의 경우, 제19회 대회에 첫 출전한 신민준 9단이 세운 6연승이다.

최다승리는 이창호 9단의 19승(3패)이다. 역대 신라면배에서 한국은 12회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중 8번을 이창호 9단이 마무리했다.

특히 이창호 9단이 한국팀에 혼자 남은 상황에서 5연승으로 우승을 달성한 제6회 대회는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히는데, 바둑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하이대첩’이라 일컫는다. 당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창호 9단은 남은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모두 물리치며 한국의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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