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업계 일베 수난사, 끝나지 않는 악순환
[기획] 게임업계 일베 수난사, 끝나지 않는 악순환
  • 채성오기자
  • 승인 2016.01.11 16:51
  • 수정 2016-01-12 1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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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보수 지향 유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때문에 연신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일베를 연상케 하는 콘텐츠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 때문이다. 역사 왜곡, 전직 대통령 희화화 등 논란 거리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베와 엮여 공 들인 콘텐츠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4-19는 반란, 5-18은 폭동?…이터널클래시 일베 논란

새해 첫 주부터 벌키트리와 네시삼십삼분(4:33)은 일베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새롭게 출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이터널클래시’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표현으로 도마위에 오른 것. 이를 통해 벌키트리 개발진이 일베 회원이 아니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 이터널클래시에서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챕터명.

 

실제로 이터널클래시의 4-19 챕터는 ‘반란 진압’, 5-18 챕터의 경우 ‘폭동’으로 표현돼 이용자들을 당황케 했다. 5-23 챕터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희화화하기라도 하듯 ‘산 자와 죽은 자’로 표기했다. 더불어 게임 로딩시 등장하는 문구의 경우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낡은 역사서를 교정하는 중’이라고 표현해 ‘일베 게임’이라는 오명을 썼다.

▲ 이터널클래시 로딩 정보에서 게임과 관련이 없는 안내 멘트가 제공됐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4:33 측은 관련 챕터명을 각각 ‘적이 된 아이스골렘’ ‘데스웜의 복수’로 수정하고 로딩 문구도 교체했으나 커뮤니티를 통한 비판 여론은 진화되지 않았다.

이후 개발사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와 퍼블리셔 4:33의 소태환·장원상 대표까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문 게재에 나섰지만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고 벌키트리 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4:33 게임에 대한 다운로드 금지 캠페인 등이 펼쳐지며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개발사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는 9일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초강수를 던졌다. 더불어 책임자 중징계, 관련자 추가 발견시 처벌 등의 부가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 벌키트리의 2차 사과문(왼쪽)과 네시삼십삼분의 사과문. 네시삼십삼분 제공

 

이는 퍼블리셔 4:33도 관련 마케팅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벌키트리에 철저한 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 일베에 우는 게임업계 “어떻게 쌓아온 이미진데”

이처럼 일베 리스크는 기업과 관련해 게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다. 지난해도 일베 리스크와 연관된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2005년 출시돼 10년을 맞은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일베 게임이라는 의혹을 샀다. 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지난해 5월 23일 업데이트 이후 캐릭터 ‘단진’이 추가됐는데 거꾸로 추락하고 있는데다 업데이트 공개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과 동일해 논란이 일었다.

▲ 넥슨 던전앤파이터 5.23 업데이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 하는 듯한 캐릭터 단진 표기(왼쪽)와 수정 후. 넥슨 제공

 

더불어 단진에게 수여되는 칭호의 개수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나이와 같은 64개이며 의상도 그가 즐겨입던 갈색으로 세팅돼 의문점을 낳았다. 당시 이인 네오플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이미지를 수정했다.

2012년 BJ 양띵은 ‘마인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진행하던 중 일베에서 자주 쓰이는 ‘민주화’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난의 대상이 됐다. 민주화는 탱크로 억누른다는 뜻으로 일베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당시 양띵은 “일베 회원이 아니며 민주화가 그렇게 사용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공개 사과한 바 있다.

락스타게임즈의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Grand Theft Auto)'도 일베 유저의 희화화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세월호 청문회 기간중에 ‘오늘자 GTA 패치.jpg'로 일베 게시물이 올라온 것.

게시물에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여객선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해당 게임 여객선은 '세월(SEWOL)'이라는 이름과 함께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당시 GTA에서는 ‘부와 권력, 또다른 범죄(excutives and Other Criminals)'라는 콘텐츠 업데이트 이후 선박을 포함한 일부 아이템을 유저 개성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된 상황이었다. 일베 회원들은 사이트 내 게시물을 보고 세월호를 조롱하는 듯한 댓글을 달아 눈총을 샀다.

▲ 세월호를 희화하는 GTA 내 여객선

 

해외 게임 한글화 패치팀 팀 왈도는 ‘폴아웃4’ 한국어 패치 번역에 참여했던 인원이 미검수 번역본을 유출해 혼선을 빚었다. 번역본을 유출한 이는 일베 유저인 것으로 밝혀졌다. 완성 단계에 가까워졌지만 검수를 구실로 패치를 배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초벌 번역을 마치고 지난달 17일전까지 사전 검수를 진행한 후 정식 배포를 계획했던 팀 왈도는 결국 미검수 번역본이 유출된 당일 1차 배포에 나섰다.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폴아웃4 한글화 패치작업 진행자를 모집했던 팀 왈도는 일베 유저의 독단적인 행동에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됐다. 더불어 팀 왈도의 신뢰성 역시 추락하고 말았다.

업계의 관계자는 “게임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일베 리스크에 대한 이미지 추락을 염려하고 있다”며 “관련자 징계와 사과문을 통해 논란은 진정되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꾸준히 이어져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