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올해 유럽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다음달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세계 각국의 투자자가 모여있는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새 인수 후보를 찾는 투자설명회(IR)에 직접 나서기 위해서다. 이번 지분매각 시도에서만큼은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정부 주도하에 매각을 진행 중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 지역 국부펀드를 상대로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왔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작년 8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매각에 나섰고, 실제 아랍에미리트 측과의 협상에서는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인수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중동 국부펀드에 희망을 걸던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 서울 중구 회현동2가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 우리은행의 다섯 번째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2010년 우리은행에 대한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된 이후 행장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직접 해외IR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네 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2014년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 매각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우리은행의 매각에는 실패해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면서 민영화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은행만 남아 경쟁력이 약해져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동 국부펀드 하나만을 보고 지분 매각 협상을 하다보니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매각의 최대 관건은 가격이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해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은 4조7,000억원으로 우리은행 주당 매각 가격이 최소 1만3,500원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11일 종가는 8,400원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민영화 진행과정과 실적 대비 낮은 주가는 이광구 행장을 서둘러 유럽행에 오르게 했다. 이 행장은 지난 5일 있었던 '2016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중동과 유럽국가를 방문해 투자자들을 만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연내 민영화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행장이 처음으로 IR에 나서는 만큼 수익성과 건전성을 어필한다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고, 부실채권(NPL)비율도 과거 3% 가까이 올라간 것을 1%대로 끌어내렸다"면서 "이런 부분을 보여준다면 재무적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주식가치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럽 IR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우리은행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꼬가 트여서 최소 4% 정도의 지분매각이 성사되면 그 때부터 주가가 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 “우리은행, 매력적인 매물”

우리은행의 유럽쪽 매각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매각 절차를 관장하는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중동자금에 매각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사실상 접어야 하는 분위기"라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유동성이 도는 등 경제 회복의 조짐을 보이는 만큼 과거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곳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잠재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중동에서 유럽으로 협상 대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며 “어디가 됐든 매수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매각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은행의 지분 51.04%를 갖고 있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연구분석부의 오승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지주체제와 단독체제 하의 은행간 경쟁력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업권별 리딩 회사들과 제휴해 영업하는 우리은행이 지주체제 은행들보다 경쟁력이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은 우리은행이 자회사를 분리매각한 전후로 나눠 살펴본 당기순이익, 판매수수료 등의 각종 지표에서도 오히려 경쟁력이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3분기 이후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3분기 2,69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443억원)보다 증가했다.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도 지난해 3분기 기준 29.7%로 증가,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도 2014년 상반기 16.2%, 하반기 16.9%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17.5%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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