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조선판 좀비 사극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를 소재로 한다. 제작비 17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비주얼은 흠 잡을 데가 없다. 야귀로 변하는 과정이 꽤 사실적으로 표현돼 우습지 않다. 투자배급사 NEW의 전작인 ‘부산행’(2016년)보다 훨씬 압도적인 비주얼을 구현한다. 또 현빈과 장동건의 실감 나는 액션이 펼쳐져 감칠맛을 더한다. 그러나 다소 평면적이고 진부한 스토리가 흠으로 남는다.

‘창궐’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인간의 형체를 한 ‘야귀’가 판을 치는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조선의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다.

이청은 창궐하는 야귀 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백성들을 보게 된다. 이후 심복 학수(정만식)와 함께 형인 소원세자(김태우)의 오른팔이었던 박 종사관(조우진)과 민초 덕희(이선빈), 승려 대길(조달환)과 함께 야귀 소탕에 나선다. 이청은 오로지 왕위에만 혈안이 된 아버지 이조(김의성)의 홀대 속 간신 김자준과 치열하게 맞선다.

김자준은 야귀를 이용해 조선을 위기에 빠뜨리려 하는 냉혈한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릴 만큼 피도 눈물도 없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액션이다. 야귀떼 속에서 생존을 위해 혈투를 펼치는 인물들의 고군분투와 타격감 있는 액션을 완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장면들이 돋보인다. 특히 이청과 김자준의 지붕 위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 중 하나다.

야귀의 비주얼 역시 이질감이 엇다. 피부의 질감을 하나하나 살린 듯 수 백 시간 공들인 특수 분장과 생동감 넘치는 야귀들의 움직임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창궐’의 매력을 더는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나랏일에 관심도 없던 왕자가 나라를 구하려는 민초들을 만나며 변해가는 과정은 여느 히어로물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광화문 촛불시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나라를 구하려는 민초들이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왕 밑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상황을 연상케 한다. 이는 곧 허술한 스토리를 메우기 위해 공감을 자아내려 노력한 듯한 느낌마저 준다.

또 주인공인 현빈에게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주변 캐릭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점 역시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빈으로 시작해서 현빈으로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빈 소속사 VAST 엔터테인먼트에서 공동 제작을 했기 때문일까. 조우진, 정만식, 이선빈, 조달환이 출연한 장면은 상당 부분 편집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물론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다. 한국영화 좀비물 중 가장 완벽한 비주얼의 탄생이라고 여길 관객도 있을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게 유독 아쉬운 이유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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