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e스포츠 시청자 4억명 육박...국내선 여전히 '찬밥' 신세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 4만 관중이 운집했던 2017 롤드컵 결승전 현장

[한스경제 팽동현 기자] 올해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프로e스포츠팀의 왕좌를 가리는 ‘2018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이 오는 11월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개최된다. 불티나게 팔리는 ‘롤드컵’ 티켓은 식지 않는 e스포츠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 중인 ‘롤드컵’ 티켓은 2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6만원짜리 다이아몬드(그라운드)석의 경우 전량 매진됐고, 4만5000원짜리 플래티넘석은 10여개, 2만5000원짜리 골드석은 50여개 남아있다. 먼저 오픈됐던 총 2만3000석이 전량 판매돼 지난 24일부터 3000석을 추가 오픈한 상태임에도 매진을 앞두고 있다.

‘롤드컵’은 지난해 전세계 누적 시청 12억 시간, 최고 시청자 수 8000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대회는 4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면서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 e스포츠, 프로야구·축구 못지 않은 인기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8%씩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6억5500만달러(약 7210억원) 규모를 기록, 올해는 이보다 38% 성장한 9억6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도 이 시장이 2022년에는 29억6000만달러(약 3조256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스포츠를 찾는 팬들의 수 역시 여느 스포츠 못지않다. 뉴주는 올해 전세계 e스포츠 시청자 수가 3억9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지금도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NFL(풋볼)의 시청자 수인 1억1100만명의 3배 이상 규모다. 나아가 2021년에는 5억8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e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지닌 위상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지난해 발간한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약 830억3000만원 규모를 형성했다. 하지만 2016년에도 전년대비 14.9% 성장하며 상승세에 있고, e스포츠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8.2%가 알고 있고 45.1%가 취미로 즐기고 있는 등 밝은 전망을 보였다.

특히 광고 효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폰서 시장 규모에서는 212억원을 기록, 축구와 야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러한 위상은 국내 e스포츠 프로선수의 평균 연봉이 9770만원이라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산업규모와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산출된 국내 e스포츠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16년 기준 ▲생산유발효과 163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633억원 ▲취업유발효과 10173명 등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e스포츠의 영향력은 전세계에서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그만큼 잘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e스포츠가 최초로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눈길을 끌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회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클래시로얄’, ‘펜타스톰’, ‘PES 2018(위닝일레븐)’ 등 총 여섯 게임이 세부종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 게임이 하나도 채택되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까지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국e스포츠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출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의 강화된 인증 기준에 따라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제명당하면서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보내는 것조차 난관을 겪었다.

e스포츠협회의 가입 신청을 각 시도 체육회가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허가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져갔고, 결국 대전광역시 체육회가 한국e스포츠협회 대전지회의 가입을 받으면서 5월 말에야 일단락됐다.

이에 더해 아시안게임 중에도 e스포츠대표팀에 대한 부실한 지원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시범종목이라 군 면제나 연금 혜택이 없음에도 출전에 응한 선수들이 식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과 e스포츠를 홀대하는 세태와 관련기관의 준비 부족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스타크래프트2’에서 조성주 선수가 금메달을, 스타플레이어 ‘페이커’를 포함한 ‘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은 라이벌 중국에 석패했지만 은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e스포츠는 게임인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회장은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 답했고, 이에 이 의원은 “e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인데, 우리 엘리트 스포츠계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化)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e스포츠를 정식 가맹단체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e스포츠는 이제 전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근시일 내 올림픽에서도 e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 유치위원회는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채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e스포츠 산업과 시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지원, 무엇보다 게임을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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